[현장FACT] '키덜트'는 '철없는 어른'이 아닙니다 (영상)


24일 코엑스로 모인 키덜트들
피규어·프라모델 사려고 긴 줄
단순한 취미 넘어 가치관 담겨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반다이남코 코리아 펀 엑스포 2023 입구 풍경. 입장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상빈 기자

[더팩트|이상빈 기자] 키드(어린이)와 어덜트(성인)의 합성어를 '키덜트'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와 게임, 장난감 등 놀이 문화를 성인이 돼서도 즐기는 사람을 뜻합니다.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철없는 어른'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키덜트가 되는 데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그런 키덜트들이 '반다이남코 코리아 펀 엑스포 2023'에서 모였습니다.

24일 오전 <더팩트> 취재진은 엑스포가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2홀을 찾았습니다. 긴 대기 줄이 입구 주변을 둘러쌌습니다. 각종 전시뿐만 아니라 한정판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자리라 게임·피규어·프라모델 마니아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엑스포 전시존에 전시된 피규어와 프라모델. /이상빈 기자

청소년보다는 20대부터 40대까지 아우르는 키덜트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판매존 대기 줄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었습니다. 제품을 한 보따리 사 들고 가는 방문객도 보였습니다. 취재진은 프라모델을 양손 가득 쥐고 밖으로 나가는 두 남성을 만나 이곳에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강원도에서 전날(23일) 올라온 A씨와 B씨는 20대 직장인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 프라모델 한정판 제품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곳을 찾았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20대: (한국 최초로 건담) 한정판이 입고됐다고 해서 구매하러 왔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도 있다고 얘길 들었어요. 저는 30% 할인 쿠폰 사용해서 총 19만원 정도 썼어요.]

[B씨/20대: 저는 다 합해서 20만원 정도 나왔어요.]

한 엑스포 방문객이 프라모델을 한 보따리 산 모습. /이상빈 기자

19만~20만원은 결코 적지 않은 액수지만 두 사람은 이 정도 돈을 투자하는 데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A씨/20대: 생각보다 가격 대비 괜찮은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만들어 놓고 보면 만족감도 있고 장식장을 채우는 재미도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하거든요. 합당한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B씨/20대: 프라모델은 조립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계속 사고 있어요. 일하면서 버는 돈이 있다 보니까 그거에 맞게 (학생 때보다) 더 많이 사죠.]

키덜트를 단순히 어릴 적 추억을 잊지 못하거나 만화와 장난감을 좋아하는 성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A씨와 B씨처럼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A씨/20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물을 보면 만족감을 얻어서 스트레스가 가시는 게 느껴져요.]

[B씨/20대: 조립하면서 몰입하니까 다른 걸 잊게 돼요.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엑스포 판매존으로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이 입구 밖에서부터 길게 늘어서 있다. /이상빈 기자

취재 중 만난 40대 후반 두 남성도 비슷한 생각을 내비쳤습니다.

[C씨/40대: 지금은 이걸 가지고 노는 게 아니에요.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아서 사는 거죠. 스트레스 해소용이기도 하고요.]

[D씨/40대: 예전에 나왔던 프라모델과 지금 나오는 걸 비교하면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옛날에 단순했던 게 지금은 더 멋있고 복잡하고 정교해졌거든요. 그것 때문에 같은 시리즈라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거죠.]

키덜트들에게 프라모델 구매는 취미 생활을 넘어 가치관이 녹아든 삶의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조립식 장난감을 사서 완성하는 게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잡념을 잊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그들의 속사정을 이해한다면 철없는 어른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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