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가뭔데] '감성과 추억을 담다'…Z세대 사로잡은 '디카' (영상)


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중고 디카
2000년대 느낌 나는 감성이 매력
종로 세운상가 찾는 Z세대 늘어

종로 세운상가 J 매장에서 판매 중인 중고 필름카메라. /이상빈 기자

[더팩트|이상빈 기자] Z세대로부터 불어온 뉴트로 열풍이 Y2K 패션에 이어 전자기기로 향합니다.

그 중심에 디지털카메라(디카)가 있습니다. 일명 '똑딱이 카메라'로 불리며 MP3와 함께 2000년대 전자기기를 대표한 디카는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태동 당시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생이라 사용도 못 해 본 Z세대가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빈티지 카메라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더팩트> 취재진은 8일 중고 디카와 캠코더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세운상가를 찾았습니다. 무더위에 평일 점심시간이라 상가 전체가 한산했지만 가장 유명한 J 매장엔 간간이 손님이 들어섰습니다.

종로 세운상가 J 매장에서 판매 중인 중고 디지털카메라. 개별로 비닐에 싸여 있다. /이상빈 기자

20대 A(여)씨는 중고 디카 더미에서 이것저것 집어 들며 원하는 기종을 찾았습니다. 전원이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직접 사진을 찍어 보며 디카를 골랐습니다. 취재진이 디카를 사려는 이유를 묻자, A씨는 "색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어 "색감 때문에 (저희 세대에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디카로 찍은 사진을 보면 깔끔한 느낌보다는 흐릿한 느낌이라서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카 삼매경에 빠진 건 외국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20대 B(여)씨는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올라온 디카를 매장 주인 C씨에게 보여주며 원하는 모델을 찾았습니다. 약 2만600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B씨는 사진과 영상 콘텐츠를 찍기 위해 디카를 사러 왔다고 취재진에 털어놨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인 B씨가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올라온 디카를 매장 주인 C씨에게 보여주며 원하는 모델을 찾고 있다. /이상빈 기자

이날 취재진이 만난 A씨와 B씨의 공통점은 Z세대를 관통하는 20대 초반 나이대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20여년 전에 나온 만큼 요즘 카메라와 비교해 사양이 부족한 디카의 약점을 오히려 차별점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주인 C씨는 "젊은 친구들이 작년 겨울부터 많이 오기 시작했다. 요즘엔 외국인 손님도 하루에 한두 명 온다"며 "부모님이 찍어준 자기 어릴 적 사진을 뭐로 찍은 건지 확인하고 싶어 디카를 찾는다"고 디카가 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뭉친 세대답게 디카를 고르는 기준도 명확합니다. C씨는 "디카를 찾는 젊은 친구들이 사진을 더 선호한다. 동영상도 되냐고 물어본다. 이 당시 나온 디카는 대부분 동영상 기능이 있다"며 "카메라 색상도 따져 보고 사간다. 가격은 10만원에서 왔다 갔다 한다. 13만원 넘는 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Z세대 취향을 위해선지 매장엔 유독 알록달록한 색상의 디카가 많았습니다. C씨는 캠코더를 찾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디카보다는 물량이 많지 않고 전용 배터리 수급 문제도 있어 현재는 잘 안 팔린다고 강조했습니다.

걸그룹 뉴진스가 올 1월 발표한 디토 뮤직비디오 속 캠코더 촬영 장면이 Z세대 감성을 자극했다. 사진은 디토가 수록된 뉴진스 OMG 앨범. /이상빈 기자

디카·캠코더 등 빈티지 카메라 유행은 올해 초 4세대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신곡 '디토(Ditto)'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캠코더 촬영 장면 때문에 더 거세졌습니다.

뮤직비디오 속 캠코더 촬영 장면은 Z세대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는 희뿌연 화면, 좁은 화각 그리고 낮은 화질 등 지금 시대엔 뒤처져 보이는 기술적 한계가 뉴진스와 만나 오히려 뉴트로한 감성으로 변모했습니다.

과거 사진을 추억하고 뉴트로 감성을 좇는 Z세대에 '디토' 뮤직비디오까지 더해지면서 빈티지 카메라 유행으로 번졌습니다. 아울러 2000년대 감성의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싶어 하는 Z세대 놀이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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