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우리나라 이곳 저곳 수해를 남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가 날마다 이어지고 있는데요. 해마다 여름 이맘때쯤이면 들려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태풍 북상 소식이죠. 올해도 여지 없이 제6호 태풍 '카눈’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태풍 카눈은 지난 3일 일본 규슈 남쪽 해상으로 방향을 틀어 일본 오키나와에 큰 피해를 입혔는데요. ‘카눈’. 무슨 뜻일까요? ‘카눈’은 과일 바라밀(잭푸르트)의 태국어입니다. 해마다 새롭게 발생하는 태풍의 이름, 누가 짓는 걸까요?
태풍의 이름은 태풍위원회에 소속된 국가들이 제출한 이름을 돌아가면서 사용합니다. 회원국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북한 등 14개 국가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회원국이 제출한 10개의 이름을 5개 조로 나누어 편성한 후 순차적으로 사용합니다.
140개 이름을 다 사용하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한 해에 태풍이 대략 25개 정도 발생하므로 전체 이름을 다 사용하려면 약 4~5년이 소요됩니다.
◇태풍 이름은 여자 이름이다?
태풍 이름은 여자 이름으로 짓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속설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그랬으니까요.
태풍의 이름은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짓게 되었습니다. 태풍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 한 지역에 여러 개의 태풍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풍에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들은 호주의 예보관들입니다.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태풍에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붙여 태풍 예보를 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이 ‘고길동’이라면 "고길동이 북서풍을 맞아 동해상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는 식으로 예보를 하는 것이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미 공군과 해군이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때 예보관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붙이면서 ‘태풍이름=여자이름’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겨났습니다. 이후 여성 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 1978년부터는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999년까지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 이름을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정했지만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높이기 위해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4~5년 주기 태풍 이름, ‘매미’는 한 번만 온 이유
지난해 12명의 사망·실종자를 남긴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기억하실겁니다. 힌남노는 지난 3월에 개최된 제55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이름 퇴출이 결정되었습니다. 태풍이 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다면 해당 이름은 퇴출한 뒤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20년 전 우리나라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2002년의 루사와 2003년의 매미도 퇴출되어 이름이 대체된 바 있습니다. 루사는 ‘누리’로 매미는 ‘무지개’로 대체되었습니다. 2005년 일본에 큰 피해를 준 ‘나비’는 ‘독수리’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름 퇴출이 결정되면 해당 이름을 지은 회원국이 다시 이름을 지어 제출해야 합니다. 지난 총회에서 퇴출이 결정된 태풍 이름은 ‘힌남노’를 포함해 총 9개인데 여기에는 한국에서 제출한 ‘메기’ ‘노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7월 10일부터 18일 간 퇴출 대상이 된 ‘메기’와 ‘노루’를 대체할 한글 이름을 짓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태풍 이름은 10월 31일 기상청 누리집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새 태풍 이름은 내년 3월에 개최되는 제56차 태풍위원회 총회를 거쳐 2024년부터 사용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로 태풍은 더 잦아지고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름이 대체되는 태풍이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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