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단체장 25년' 석현, 흔들림 없는 '뚝심의 사나이' [TF인터뷰]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이사장 '과거-현재-미래' 묶는 가교
'한류 산파 자임' 대중문화계 원로, '연예예술인 목소리' 대변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연총)를 이끌고 있는 석현 이사장은 2000년대 이후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한류 시대를 열기까지 대중문화계 산파역을 자임해왔다.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이하 '연총')를 이끌고 있는 석현 이사장(본명 윤승문)은 대중문화의 한 축을 지탱하는 원로 중의 원로다.

그는 60~70년대 가설 유랑극단 시절 예능인들의 전통을 이어받고, 80년대 컬러TV 시대를 거쳐 2000년대 이후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한류 시대를 열기까지 대중문화계 산파역을 자임해왔다.

"원로 연예예술인들이 있기에 그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의 K한류가 있고, 오늘은 어제를 바탕으로, 내일은 바로 오늘이 밑거름이다."

그는 "자랑스런 후배 연예인들의 활약에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을 보낸다"면서도 "당장의 인기에만 도취돼 오랜 시간 다져온 대중문화계 선배들의 발자취를 망각하는 듯한 풍토는 아쉽다"고 말했다.

'연총'은 전신이었던 연예협회를 거쳐 7개 분야 예술인협회(가수/희극인/무용가/가요창작자/가요강사/매니저/연주자)가 결합해 새롭게 탄생한 문화예술단체다. 전국 138개 지부 산하 '50만 예술인'이 한 식구로 탄탄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

매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시상식을 비롯해 현인가요제, 청소년트로트가요제, 예술인 스승 추대식 등 의미있는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를 가능케한 비결은 석 이사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뚝심과 강력한 구심점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여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허상이 되고, 구심점이 없으면 흩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그의 뚜렷하고 분명한 신념은 대중예술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묶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됐다.

협회를 존속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하나의 단체를 무려 25년째 꿋꿋이 이끄는 동력은 무엇일까. 그를 직접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의 전신은 한국연예협회다. 초대 이사장은 대중가요 작곡가인 박시춘이었다. 역대 이사장 중 현(現) 석현 이사장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일홍 기자

<다음은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석현 이사장과의 인터뷰>

-연예협회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달라.

예총 산하 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린 예술인단체입니다. 회원은 각 산하 단체에서 연예인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회원증 보유자이며, 전국 138개 지부에서 모두 '50만 가족'이 활동 중입니다. 가수협회 희극인협회 무용가협회 가요창작자협회 가요강사협회 매니저협회 연주협회가 각각 독립된 예술인단체로 포함돼 있어요.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의 전신은 한국연예협회다. 1963년 정식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5.16 군사정부의 포고령에 의해 기존의 모든 사회문화예술단체가 해산되고, 대신 공보부와 문교부 주도로 탄생시킨 대중 연예인들의 단체다. 초대 이사장은 대중가요 작곡가인 박시춘이었다. 역대 이사장 중 현(現) 석현 이사장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중예술인들과 함께하는 굵직한 행사를 많이 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가 대한민국연예예술상이고, 현인가요제와 예술인 스승 추대식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대중스타로 활동하며 남긴 업적에 따라 상으로 평가하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현인가요제나 원로선배들을 존경하고 기리는 의식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중예술인 행사를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선한 영향력 확산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연예예술상은 1994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가 29회째다. 2008년 15회까지 수상자들에게 정부의 각종 포상 지원을 받다가 이후론 자체적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현인가요제는 한국 대중가요 1세대 가수 현인을 추모하고 신인 가수 발굴을 목적으로 2005년 8월 처음 개최됐다. 또 예술인 스승 추대식은 매년 5월마다 대중문화계 각 분야별 원로 스승님을 선정해 모시는 행사다.

-정부 지원을 받거나 협회 내 별도의 수익구조가 없지 않나.

그렇습니다. 아무리 의미있는 행사라도 돈이 부족하면 이끌고 가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존속시키려 노력하려니 힘이 들죠. 뜻있는 분들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늘 예산부족으로 허덕입니다. 그나마 문화예술발전을 위한다는 사명감이 없다면 쫓아다니며 땀 흘릴 명분마저 없는 셈이에요.

25년째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원 결속력을 다진 그는 K한류가 자랑스러운만큼 정부도 사각지대의 연예인들을 지원할 방안을 제도적으로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강력한 '파워 리더십'으로 협회를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지만 연예예술상을 치르면서 '상장사'니 '나눠주기'니 하는 구설에도 휩쓸리지 않았나.

일부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팩트가 어긋난 부분이 더 많아요. 알다시피 협회는 회비로 운영되는 곳인데 신규 진입하는 무명들을 빼면 정회원 대부분 회비를 안냅니다. 살림이 늘 어렵죠. 이런 사정을 아는 몇몇 수상자들이 정부 포상금에서 자발적으로 협회에 후원금을 내놓은 것인데요. 상을 못받은 일부 연예인들이 박수를 치기는 커녕 '연예협회가 상장사를 한다'는 근거없는 마타도어를 뿌렸어요. 그럴듯하게 짜맞춰 문제를 제기하면 의혹으로 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억울했지만 잘 견뎌냈어요. 이미 14년전 과거사이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유인촌 전 문광부 장관 시절 벌어진 이 논란으로 연예협회(현 명칭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는 크게 홍역을 앓았다. 연예협회가 상신해온 포상자들에 대한 추천권도 이 때 사라졌다. 당시 연예협회와 임원들이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근거없음'으로 혐의를 벗었다. 이 부분에 대해 협회 측은 "당시엔 협회 후원금 등이 기부금 영수증 처리가 안돼 더 의혹을 키운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K한류가 대세인데 연예계, 특히 가요계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계를 빛내는 K한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고 흥분이 됩니다. '딴따라'로 낮춰 불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죠. 후배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다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양극화가 극심해진다는 건데요. 갑작스럽게 뜨는 젊은 연예인들이 인기에만 매몰되면서 선후배간 존경과 사랑의 전통이 갈수록 옅어진다는 거죠.

-연예계가 산업적 측면에서 확대되면서 경제논리에 따라 부득이한 측면도 없지 않나. 혹시 원로 연예인으로서 어떤 대안이 있는지.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연예인 인성교육을 강조해왔습니다. 한류 산업이 확산돼 갈수록 더 절실해요. 인기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어도 인성 교육은 시간과 노력이 깃들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더구나 연예계 입문 단계에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요건이라고 봅니다. 협회도 지속적인 후배양성 및 문화예술융성에 힘써온 그동안의 취지에 맞게 제도적인 인성교육 실현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원로연예인 처우나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말만 100세 시대이지 연예인들은 팔팔하게 젊은 나이에도 인기가 사라지면 갈 곳이 없다"면서 "K한류가 자랑스러운만큼 이제는 정부도 신뢰를 갖춘 예술단체를 통해 제도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