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가뭔데] 여행 음악 영화…강하게 불어닥친 'J-웨이브' (영상)


한국 멜론 차트에 진입한 J-팝 가수들
소품숍 곳곳에도 일본 제품으로 가득
한국서도 료칸 찾아 일본 문화 즐기기

서울 홍대역 인근에 위치한 소품숍에 일본 만화 캐릭터 상품이 진열돼 있다./ 선은양 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들의 선호와 가치가 새로운 사회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관심사도 다양하고 열정도 충만한 MZ세대. [Z가뭔데] 코너에서는 그들을 탐구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세 걸음에 한 번은 한국인을 마주치는 거 같아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 최서은(28)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진 이후 일본 시내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가끔은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라면서, 그중에서도 젊은 관광객이 많다고 덧붙였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479만명 중 한국인이 16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대만인 79만명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여행 뿐 아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J-웨이브(일본문화열풍)'는 심상치 않다. 음악, 영화, 식당, 카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J-웨이브가 번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를 통해 J-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은 일본 싱어송 라이터 이마세, 오른쪽은 아이묭./ 사진=이마세, 아이묭 개인 SNS

틱톡,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유입된 ‘J-팝’은 챌린지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J-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 영상은 영상에 따라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나들기도 한다.

국내에서 J-팝은 영어 가사로 된 정통 팝 뮤직보다 비교적 영향력이 적었다. 요즘은 다르다.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 해외 종합 차트(10일 17시 기준)를 보면 3위에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7위에는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중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는 국내 멜론 종합 차트 1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가수로서는 최초다.

일본 영화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영화를 추격하다 못해 앞질러 갔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 수 460만명을 넘어섰고, 개봉한 지 4개월이 흘렀지만 CGV 영화 예매 순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 수가 530만명을 넘어섰고, 원작인 책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책 '스즈메의 문단속'은 현재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종합 베스트 도서 3위에 올라 있고, 교보문고 종합 주간 베스트 도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외에 실사 영화도 예상 밖의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원작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는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세이사'의 주요 관객층은 10~20대 여성이다.

소품숍에 만화 짱구는 못말려 관련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선은양 기자

Z세대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 소품숍에도 빠짐없이 일본 제품이 놓여 있다. 만화 '짱구는 못말려', '날아라! 호빵맨', '헬로키티' 등 인기 만화 캐릭터 피규어부터 일본어가 삽입된 문구류, 과자 등이 가득하다. 이른바 'Y2K 감성(1990년대~2000년대 유행하던 대중문화)'이 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며 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일본 만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단지 현지를 여행하거나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음식을 파는 일식당을 방문해 스시를 먹고, 하이볼을 마신다. 국내에서 일본식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을 찾아가기도 한다. 료칸에서 히노끼탕을 즐기고 다다미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인기 있는 일본식 숙박시설은 한 달 치 예약이 하루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일본 문화 소비가 늘며 '노재팬(No Japan, 일본 제품 불매)' 분위기는 옅어지다 못해 사라진 분위기다. 개인주의와 자유로운 가치관을 지향하는 Z세대는 문화를 향유할 때 국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탐구하고 넓혀가는 데 집중한다. 지난 3월 일본 여행을 다녀온 김모(27)씨에게 '노재팬'에 대한 생각을 묻자 "나라 간 문제보단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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