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신간] 변호사가 말하는 '행복할 권리'…"동물과 사람 다르지 않다"


'동물권 변호사' 박주연 PNR 운영위원, 책 '물건이 아니다' 출간
11년 만에 전면 개정 '동물보호법'으로 들여다본 동물권 현주소

신간 물건이 아니다-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표지./글항아리

[더팩트ㅣ이병욱 기자]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난 1991년 5월 제정된 '동물보호법'. 11년 만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4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제정된 후 2007년과 2011년 2번의 전면 개정을 거쳤지만, 증가하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와 높아지는 국민들의 동물권 의식을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애완'이나 '대상'을 넘어 '반려'와 '공생'으로 발전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반영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뜨거워졌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도 동물을 '물건'으로 바라본다. 그런 판단의 근거는 변화된 사회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규가 활용된다.

동물을 물건으로 볼 때와 그러지 않을 때, 동물과 인간은 구체적으로 세계를 어떻게 다르게 경험하게 될까?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신간이 출간됐다.

‘동물권 변호사’로 유명한 박주연 변호사가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에 맞춰 내놓은 책 '물건이 아니다-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글항아리).

박 변호사는 새로워진 동물보호법의 조항들을 분석·설명하고, 그렇게 파악한 법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사회의 동물권 현주소를 책 안에 담았다.

'이웃집 진돗개가 짖는다며 나무 몽둥이로 때려죽인 행위 벌금 30만원, 타인의 강아지를 4층 건물 옥상에서 집어 던져 죽인 행위 벌금 150만원, 새끼 고양이 3마리를 검은 봉지에 넣어 때려죽인 행위 벌금 200만원.'

저자는 이처럼 기존 법이 엄벌하지 못하는 동물학대 행위자의 잔혹함과 보호자의 태만, 또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동물의 권리를 꼬집으며 개정된 법이 가진 가치와 기대되는 실효를 237쪽의 책장에 펼쳐 보여준다.

동시에 선진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법에도 담기지 못한 ‘동물이 행복할 권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를 얼마 앞둔 2011년 어느 날, 우연히 잡지에서 본 사진 한 장이 그의 변호사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살아 있는 새끼 돼지가 능지처참 된 모습. 이는 실제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군부대 이전 반대 집회를 연 참가자들이 시위의 수단이자 도구로 돼지를 잔인하게 죽인 것이다.

박 변호사는 더 많은 힘을 모아 더 적극적으로 동물권 활동을 하기 위해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을 동료인 서국화 변호사와 함께 만들었다.

PNR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로 서식지를 잃게 될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내세운 소송 사건을 진행했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에 대어 사망케 한 사건의 재판에도 참여했으며, 동물복지 농장에 내려진 예방적 살처분 명령의 부당함을 널리 알린 '익산 참사랑 농장 소송'도 이끌었다.

이밖에 길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캣맘‧캣대디에 가해지는 혐오를 근절하자는 포스터도 제작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 대상이 동물이라는 이유로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가해자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은 이런 납득할 수 없는 판결, 그리고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과 마주하며 매일 동물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박 변호사의 또 다른 이름은 반려견 '고미'와 '래미'의 집사다. 책의 한 부분에서는 자연인인 저자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일상도 만날 수 있다.

버려지고 아픈 개를 입양해 가족이 된 사연, 피부가 벗겨진 타인의 마당 개를 돌봐주고, 주인이 양육을 포기한 개의 입양처를 찾아준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박 변호사는 책을 맺으며 이렇게 말한다.

"개정에 개정이 거듭됐음에도 동물법은 여전히 동물학대를 '동물의 행복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로 바라보지 않는다. '학대자의 잔인성' '학대자의 목적' 등을 따지며 학대의 범위를 좁힐 뿐이다. 헐거운 법망 밖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학대는 아닌' 행위들이 속속 빠져나간다."

wook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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