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인턴기자] 설날 아침 차례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대개 비슷하다. 각종 전, 삼색 나물, 알이 큰 사과·배 등의 과일, 생선포 같은 음식이 올라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려진 차례상만 보아도 차례상을 받을 조상의 고향을 알 수 있다. 차례상에는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을 드러내는 ‘시그니처’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와 가까이 위치한 경상도와 전라도는 차례상을 어류로 구분할 수 있다. 경상도 차례상에는 ‘문어’와 ‘돔배기(소금에 절여 토막 낸 상어고기)’를 올린다. 그 중에서도 문어를 제사 음식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통으로 삶은 문어를 올리지만 간장에 절인 문어산적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경상도에 ‘문어’가 있다면 전라도에는 ‘홍어’가 있다. 전남 지역에서는 회나 찜으로, 전북 지역에서는 전으로 홍어를 요리한다. 홍어 외에도 납작하고 뼈가 억센 양태를 찐 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지역 특산물로 유명한 꼬막도 차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경상도와 전라도 만큼이나 차례상에 특색을 지닌 지역이 강원도와 제주도다. 지리적 특성상 산과 바다에 둘러 쌓여 다른 지역과 단절된 강원도와 제주도는 차례상에 독특한 식재료를 많이 쓴다.
산간지역이 대부분인 강원도는 해산물이 주를 이루는 경상도와 전라도와 달리 채소를 이용한 음식을 차례상에 많이 올린다. 전도 육류를 활용하기 보다는 감자나 메밀을 활용한 감자전, 메밀전이 상에 오른다. 송이버섯과 같은 버섯류를 활용하기도 한다. 바다와 가까운 강릉과 동해 지역의 경우 어류를 활용해 명태포와 생선전을 차례상에 올린다.
특산물이 많은 제주도는 지역 특산물이 차례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옥돔이나 전복과 같이 제주도에서 주로 잡히는 귀한 어류를 제사 음식에 활용한다. 소위 ‘귤국(國)’이라 불리는 제주도 답게 귤도 차례상에서 빠지지 않으며 파인애플을 올리는 집도 있다. 제주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반과 섬이라는 특성상 쌀이 귀했던 지역이라 보리로 만든 보리빵을 떡 대신 올리는 전통이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카스텔라와 같이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빵 종류를 차례상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서양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빵’이 차례상에 올라오는 것이 제주도 차례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역마다 다른 차례상에서 알 수 있듯, 차례상에는 정답이 없다. 앞서 지난 16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성균관)에서 밝힌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전통으로 알고 있는 ‘홍동백서(紅東白西:제사상에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조차 옛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고 한다. 성균관은 이번 발표에서 차례를 모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며,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도 "가정환경에 따라서 논의해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속담에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차례상에는 정해진 '공식'도 '전통'도 없다는 말이다. 차례상은 우리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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