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차량 주인에게 수리 기간 동안 차를 빌려준 렌터카업체가 가해 차량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할 때 렌트비용은 사고당한 차와 렌트카의 객관적 사용가치를 따져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보다 비싼 고급 차를 렌트했다면 그 비용을 다 물어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렌터카 업체 A사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임대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KB손해보험과 계약한 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된 피해자들에게 수리 기간 차량을 대여해준 렌터카 회사가 비용을 가해자 차량의 자동차 보험사인 KB손해보험에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A 사는 피해자들로부터 보험사를 상대로 한 대차료 손해배상금 청구·수령 권한을 위임받아 총 3억6151만3189원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산정한 2억48만7992원만 지급했다. A 사는 나머지 1억6102만5197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렌터카 업체가 청구한 비용이 적당한지였다.
2016년 4월 1일 시행된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대차료 인정기준액을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자동차를 빌리는 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으로 정했다. 여기서 동급은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차량을 말한다.
보험사 측은 수입차 역시 브랜드 가치나 차량 가격이 아닌 동일한 배기량과 연식의 국산차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사는 피해 차량과 같거나 동종·동급인 국산차 또는 수입차의 대차료에서 통상 할인율인 30%를 적용한 금액이 합리적이라고 맞섰다.
1,2심은 A 사의 손을 들어줬다. 수입차와 국산차를 구분하지 않고 피해 차량과 동일하거나 동종·동급인 차량의 대차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량의 사용가치를 평가할 때 배기량과 연식뿐 아니라 차량 가액과 주행 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또 A 사가 동종 업계의 기본 대차료와 할인율,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해 청구액을 산정한 만큼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험사에 1억6102만5136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렌트 비용은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 차량과 객관적 사용가치가 같은 자동차를 합리적인 기간 동안 대차시장에서 빌리는 데 드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해 자동차와 제조사, 차종, 배기량, 연식 등이 동일한 자동차가 대차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고 있었던 경우에는 그 자동차를 대차시장에서 빌릴 때 드는 가액을 기준으로 대차비용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 피해 차량의 특성과 대차시장 상황, 수집 가능한 자료 등을 고려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여 차량 대부분이 피해 차량과 제조사 및 차종이 달랐고, 제조사와 차종이 같더라도 배기량과 연식까지 동일하다고 볼 자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심이 피해 차량과 제조사·차종·배기량·연식 등이 같은 차량이 렌터카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대여 차량과 피해 차량의 객관적 사용가치가 같은지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각 피해 차량별로 객관적 사용가치가 같은 대체물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과 합리적인 렌트 기간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 A 사가 주장한 대차료와 대차 기간이 합리적이라고 단정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다만 A사가 보험사에 직접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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