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분담 부담이 재정이 취약한 자치구의 살림살이를 압박하고 있다. 복지 수요는 갈수록 커지지만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인 탓에 현안 사업에 투입할 예산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7일 지방재정365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는 중구가 54.15%로 가장 높고 강남구(53.64%), 서초구 (53.02%)가 뒤를 이었다. 반면 노원구는 14.14%로 가장 낮았으며 중랑구(15.01%), 강북구(15.14%), 은평구(15.48%)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예산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체적으로 예산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는 복지예산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 노원구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1조3791억원으로 이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7.9%에 달한다. 이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원구의 사회복지 분야 예산 비중은 2024년 64.9%에서 2025년 67.6%, 올해 67.9%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정자립도는 2024년 16.6%, 2025년 16.6%에서 올해 14.14%로 낮아졌다. 복지 지출 비중은 커지는 반면 자체 재원 비율은 줄어드는 흐름이다.
복지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자치구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도 재정을 압박한다. 국고보조사업은 국비·시비·구비 구조로 사업비를 부담한다.
노원구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급여 사업의 경우 국비 60%, 시비 28%, 구비 12%의 분담 구조로 총사업비 1462억원 가운데 176억원을 구비로 부담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료와 방과후 돌봄 등 일부 사업에서도 서울과 다른 지역의 보조율 차이가 있다. 노원구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료는 서울의 국비 보조율이 35%인 반면 다른 시·도는 65%다. 방과후 돌봄 역시 서울은 국비 30%, 다른 시·도는 50%가 적용된다.
이에 노원구는 서울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국고보조율을 적용받는 현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에 제출한 건의안에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 이하이거나 20% 미만인 서울 자치구에 서울 외 지역과 같은 수준의 국고보조율을 적용하고 사회복지비 비중이 60%를 넘는 등 복지 부담이 큰 자치구에는 차등보조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은평구도 비슷한 고충을 호소한다. 은평구의 재정자립도는 2024년 15.96%, 2025년 15.7%, 올해 15.48%로 3년 연속 하락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위다. 올해 예산 1조2474억원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66.5%다. 자체 재원 비율은 15.5%로 유형평균인 26.53%보다 낮다.
이에 은평구는 노원구의 국고보조율 개선 건의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노령인구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서울시에서 높은 수준인데다 매년 사회복지비 구비 분담분을 반영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국·시비 보조 신규사업을 만들고 구비를 매칭하게 만든 후 보조율을 줄여가는 사업도 있어 구비 부담이 지속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청장협의회 등 경로를 통해 국·시비 보조율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자립도가 높거나 복지예산 비중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국고보조율을 일률적으로 조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구의 경우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를 통해 재산세 일부를 다른 자치구로 나누고 있으며 올해 예산을 20% 감축 편성하는 등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구 역시 유동인구와 관광객, 단기 체류 외국인이 많아 폐기물 처리와 안전관리, 관광·문화 분야에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인구수를 중심으로 배분되는 서울시 일반조정교부금 구조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자치구들은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일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노원구는 자체 재원 중 지방세는 세제 개편 없이 자치구 차원에서 늘리기 어렵고 사용료와 수수료 등 세외수입 역시 주민 부담과 조례 개정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사업 비용이 늘어날수록 자체구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사업의 예산 편성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복지사업 예산을 먼저 반영하다 보면 지역 정책사업이나 공약사업, 주민 민원 해결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고보조사업에서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부담을 덜기 위한 국회 입법 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지난해 총사업비 대비 지방비 부담 비율이 10%를 초과하는 국고보조사업을 시행할 경우, 사업 추진 전에 중앙지방협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지방정부 위원 3/4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