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포고령 집행이 통상적 업무?…징역 9년 깎은 박성재 재판부


출국금지팀 대기, 내란가담 인정…직권남용은 무죄
"위헌적 목적 인정…'의무 없는 일' 단정은 어려워"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출국금지 담당자 대기와 교정시설 수용여력 검토 지시를 내란 가담 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항소심 재판부가 계엄 당일 출국금지 담당자 대기와 교정시설 수용여력 검토 지시를 내란 가담 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위헌적인 포고령 집행이라는 지시 목적과 공무원들이 수행한 업무를 분리해 평가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박 전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일부와 직권남용 혐의 전부를 무죄로 뒤집으면서 형량은 징역 25년에서 16년 줄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는지와 그 결과 공무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를 나눠 판단했다.

위헌적인 포고령 집행을 위한 지시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수행된 업무는 비상근무나 일반적인 수용 대책 검토로 평가했다. 지시의 위법한 목적보다 통상적 업무라는 성격에 무게를 둔 판단이다.

재판부는 152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출국금지 관련 조치 지시에 관해 "위법한 동기·목적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법령상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 3분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전화해 출국금지팀의 출근·대기를 지시했다.

평소 야간에 접수된 긴급 출국금지 승인 요청은 담당 직원 3명 중 1명이 순번에 따라 재택근무로 처리했다. 당시에는 출국금지 담당자들이 잇따라 청사로 출근한 것이다.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판단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신병 확보와 이를 위한 선제적 출국금지가 계엄 전체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국금지팀만 심야에 소집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박 전 장관의 지시가 포고령 집행을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직권남용 혐의에서는 직원들의 출근·대기를 비상근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한 것은 맞지만, 직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출국금지 담당자만 소집한 것이 특정 부서에 비상근무가 편중되지 않도록 한 복무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비상근무 대상이 특정 부서에 편중되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비상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내란 가담을 인정하는 근거였던 지시의 목적과 이례성이, 직권남용 판단에서는 출근·대기와 자료 검토라는 업무의 성격을 달리 평가할 근거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출국금지 담당자 대기와 교정시설 수용여력 검토 지시를 내란 가담 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남용희 기자

지시의 목적과 실제 수행된 업무를 구분한 판단은 수도권 교정시설 수용여력 검토에서도 이어졌다.

이 부분에서는 위헌적인 포고령 위반자의 수용을 준비하는 업무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1·2심의 판단이 갈렸다.

앞서 1심은 위헌·위법한 포고령 위반자는 적법한 체포·수용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들을 위한 수용공간을 검토하도록 한 것은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심도 박 전 장관이 위헌적인 포고령 집행을 위해 수용여력 검토를 지시했다며 내란 가담과 직권남용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문건 작성이 업무상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시에 위헌적인 포고령 집행 목적이 개입됐더라도, 수용여력 검토가 반드시 국회·정당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항 위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고령에는 1항 외에 구 계엄법 규정을 그대로 옮겨 당연히 위헌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돼 있었고, 계엄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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