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존속살해 가중처벌 합헌…"가족 신뢰관계 훼손"


재판관 8대 1 의견…"직계존속 존경·사랑, 사회윤리 본질"
마은혁 "학대 등 개별 사정 고려 없이 가중처벌" 반대의견

부모 등 자신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에게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부모 등 자신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에게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A 씨가 존속살해죄를 규정한 형법 250조 2항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한다.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한 일반 살인죄보다 징역형의 하한이 높다. 이번 심판 대상은 이 가운데 자신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로 한정됐다.

헌재는 직계존속에 대한 살해가 생명을 침해하는 데 더해 부모·자녀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가중처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계존속 살해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출생과 양육과정에서 형성되는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입법자가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경위 등을 참작해 형을 줄이더라도 다른 감경 사유가 없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는 점만으로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범행의 동기,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등 구체적인 정상에 따라 정상참작 감경을 통해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할 수 있다"며 "집행유예가 제한된다는 사정만으로 법정형이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징역형의 하한을 5년에서 7년으로 높인 정도도 과도하지 않다고 봤다.

부모 등 자신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에게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마은혁 재판관은 범행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가중처벌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마 재판관은 "존속살해 중에는 탐욕에서 비롯된 범죄뿐 아니라 오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 학대에 시달리다 발생한 범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해 가해자의 신분이 직계비속이라는 점만으로는 그 살해행위의 비난가능성이 다른 살해행위보다 크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이 작은 사건이라도 다른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으면 정상참작 감경을 거쳐도 징역 3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형벌이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청구인 A 씨는 병환으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아버지에게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버지는 뇌출혈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치료비 부담 등으로 2021년 4월 퇴원한 상태였다.

A 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2022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상고심에서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되자 같은 해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앞서 2013년 7월에도 존속살해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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