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예은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와 문항을 거래한 혐의로 기소된 영어 과목 '일타강사' 조정식 씨가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청은 조 씨가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에게 문항 거래를 대가로 총 67회에 걸쳐 8351만 원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공소청은 "피고인 조정식은 자신의 강의 교재를 제작하는 업체 직원을 통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로부터 문항을 제공받도록 지시했다"며 "이들의 공모 하에 현직 교사 2명이 문항 거래를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씨 측은 교사들과의 문항 거래는 정당한 사적 거래였을 뿐 청탁금지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청탁금지법 제8조3항3호는 정당한 사적 거래에 의한 금원 제공 및 수수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사건 역시 학생들에게 양질의 문제를 제공하려던 피고인과 교사들 사이 정당한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현직 교사들에게 아직 발간되지 않은 EBS 수능특강 교재 파일을 제공받았다는 혐의(업무상 배임 교사)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수능특강 교재 파일은 EBS의 영업상 주요 재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배임 교사의 고의가 없었으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선 지난 2023년 경찰에 사교육 카르텔 관련 수사를 의뢰한 교육부 관계자 A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조 씨 측은 A 씨에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던 당시 조 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했다.
A 씨는 "그 부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조정식 피고인이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항을 사 온다는 제보를 받고 교육부 차원에서도 조사는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씨 측이 '경찰 조사에서는 교재 제작 업체가 교사들에게 돈을 이체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 교사들에게 대금을 지급한 주체는 조정식 피고인과 업체 중 누구라고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A 씨는 "그건 제가 추정한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데 교재 제작 업체는 중간 역할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조정식 피고인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중간에 업체를 끼운 상태에서 거래한 것이라는 제보도 있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1월15일 조 씨와 문항을 거래한 현직 교사 전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로부터 수업에 사용할 문항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1월 현직 교사에게서 미발간 상태인 EBS 교재 파일을 받아 EBS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 교사)도 적용됐다.
앞서 현직 교사들과의 문항 거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학 일타강사 현우진 씨는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현 씨와 현직 교사 간의 문항 거래는 청탁금지법상 금지 행위가 아닌 '사인 간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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