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예은 기자] 채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측이 권창영 특별검사팀(종합특검)가 제출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지적했다. 다른 혐의로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확보한 증거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수사와 기소에 쓰였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비서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 노규호 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 중에는 임 전 비서관만 출석했다.
이날 이 전 비서관 측은 종합특검이 증거로 제출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통화 녹취록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 전 사령관의 직권남용 혐의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해당 녹취록을 확보했으며, 이후 이명현 특별검사팀(채상병 특검)을 거쳐 종합특검에 넘겨졌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이 녹취록이 나오기 전까지 수사기관은 이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알지 못했다"며 "김 전 사령관과 해병대 법무실장 사이의 통화에서 해당 혐의가 포착돼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대상으로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경북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압수수색도 직권남용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영장을 받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 등 증거 수집 경위에 관한 자료의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종합특검에서 허가 여부를 통지받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종합특검은 "신청 범위가 포괄적이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 취득 경위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음 기일까지 열람·등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출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종합특검이 제출한 증거목록 역시 공소사실별로 구분되지 않았다며 재정리를 지시했다. 지난달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증거 분리를 요청했지만 아직 개별 증거가 어떤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인지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 전 비서관과 임 전 국방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사건은 다음 달 17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 전 청장과 노 전 수사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은 공소사실과 관련 증거가 상당 부분 다르다는 이유로 변론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들의 첫 공판은 내달 24일로 예정됐다.
이 전 비서관과 임 전 비서관은 경북경찰청의 해병대 제1사단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입수하고 해병대 측에 전달되도록 한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다.
최 전 청장과 노 전 부장에게는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채상병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다시 인계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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