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 기자]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가 화제가 되면서 다른 해양생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주에서는 관광선이 접근 제한 규정을 어기고 남방큰돌고래 코앞까지 다가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방류를 약속한 벨루가(흰고래) '벨라'는 여전히 수조에 갇혀 있다. 부캉이의 바다 방류를 계기로 실효성 있는 해양생물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모 돌고래 관광업체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하루 3차례 배를 띄워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운항은 오전 1회, 오후 2회로 한 회당 약 70분이다. 업체는 이를 '돌고래 에코투어'라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관광선의 근접 운항과 관람객들의 고성이 돌고래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하루에도 수십 척의 낚싯배와 관광선들이 돌고래를 쫓아다니고 관광객들도 큰 소리를 내 먹이활동과 휴식, 육아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8일에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남방큰돌고래 약 70마리가 나타났다. 무리 지어 헤엄치던 돌고래들 사이로 관광선 2척이 접근했다. 핫핑크돌핀스가 드론 촬영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돌고래와 선박 간 거리는 각각 30~36m와 39~45m로 측정됐다. 핫핑크돌핀스는 두 관광선을 해양경찰에 신고했다.
현행 해양생태계법 시행규칙은 선박이 돌고래 반경 50m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돌고래와 300m 이내로 가까워지면 배의 프로펠러를 멈춰야 하고, 선박 3척 이상이 동시에 접근할 수 없다. 드론으로 관찰할 때는 해수면에서 3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 과태료 처분은 드물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4월 남방큰돌고래 보호 규정 시행 이후 과태료 부과는 5건에 그쳤다. 지난 2023년 3건, 지난해 1건, 올해 1건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매년 평균 10건가량을 신고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1건을 신고했다.
신고 문턱도 높다. 육상에서 휴대전화나 망원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거리가 왜곡될 수 있어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드론을 해수면에서 30m 이상 띄워 돌고래와 관광선을 한 화면에 담아야 한다. 선박이 돌고래와 50m 이내까지 가까워졌다는 사실뿐 아니라 프로펠러를 돌린 채 돌고래 무리로 접근했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신고 과정 자체가 어려워 신고 건수도 많지 않고 실제 과태료 부과도 매우 적다"고 했다. 이어 "제주 연안 전체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확대하고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선박 관광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족관 사육이 고래류의 생태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고래류는 소리에 민감하고 무리지어 생활해 좁은 수조에서 사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래는 소리로 주변을 파악하고 의사소통하지만 수조에서는 소리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지난 2014년부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전시하던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는 폐사했다. 지난 2016년 4월 '벨로'가 폐사한 데 이어 2019년 10월 '벨리'마저 숨졌다. 롯데는 마지막으로 남은 '벨라'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지난 2020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방류기술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장기간 수족관에서 생활한 벨라를 자연에 바로 방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롯데는 지난 2021년 벨라를 해외 해양보호시설(생크추어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현재 벨라의 보호시설 이송을 목표로 해외 기관들과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고래류의 잇단 폐사가 이어지자 지난 2023년 12월부터 수족관이 전시용 고래류를 새로 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기존에 기르던 고래류는 계속 전시할 수 있어 벨라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1년생으로 알려진 벨라는 방류 계획이 나온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수조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법원도 벨라의 장기간 전시를 지적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맹현무 부장판사)는 지난 5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22년 12월 벨라 방류를 요구하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조에 현수막을 붙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벨라 전시는 동물의 습성과 생태에 반하는 것으로, 벨라가 여전히 좁은 수조에 갇혀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2026년이 됐는데 아직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라팔이'를 하는 것이라면 상식적으로 괘씸하다"고 지적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재판부에 낸 전문가 소견서에서 "벨루가는 700∼800m 깊이까지 잠수하는 고지능 해양 포유류로, 지금 갇혀 있는 수심 7.5m 수조는 접시물보다 조금 흥건한 물에 고래를 담아 내놓은 격"이라며 "어떤 상식적 기준으로 보나 죽을 날을 받아 놓고 기다리는 형국"이라고 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오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벨라 방류 계획 이행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조 공동대표는 "해양생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며 "부캉이에 쏠린 관심이 벨라를 비롯한 다른 해양생물에게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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