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선장없이 첫 출항했다. 법무부와 경찰청까지 핵심 기관 4곳이 모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형사사법 혼란 사태가 우려된다.
2일 출범한 공소청과 중수청은 물론, 제도 안착을 이끌 법무부와 경찰청마저도 모두 1인자가 없다. 새 형사사법체계 핵심 기관 4곳이 하나같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법무부는 이진수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자진 사퇴하면서 후임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장관 공백은 공소청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소청의 수장인 검찰총장은 법무부 산하 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면 장관의 제청을 거쳐 임명된다. 이 절차를 이끌 장관이 없어 인선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총장 공백은 1년 2개월을 넘었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된 이정현 차장검사가 직무대행을 맡고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1일 차장으로 임명된 김종철 청장 직무대행이 이끌고 있다. 조지호 전 청장이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이후 사실상 1년10개월 동안 청장 부재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청장 후보자가 임명 제청됐지만, 여권 내 반발과 추가 검증으로 인사청문 절차를 밟지 못했다. 청와대가 전날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취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설 조직인 중수청은 출범 직전까지 인력 배치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특례임용으로 중수청 전직이 확정된 검사와 수사관들은 출범 전날인 1일 오전까지 근무 부서와 보직을 통보받지 못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새 형사사법체계를 이끌 수장도 정하지 못한 채 출범 초기 작업을 대행 체제에 맡긴 것은 준비 부족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수장 공백이 조직 기강과 업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수장의 역할은 조직의 정책 방향과 업무의 중점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수장 공백이 이어지면 기강이 해이해지고 업무 추진에도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신생 조직인 중수청은 출범을 하고서도 인력 배치와 조직 정비에 시간을 허비할 전망이다. 지휘체계와 업무 분담이 정해지지 않으면 사건 처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1~5급 수사관의 임용을 추천하고 6급 이하 수사관의 임용권을 행사한다. 수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인사와 조직 구성이 늦어져 수사체계 정착도 늦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적어도 올해 안에는 제대로 된 수사에 착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당장 중수청은 조직 자체가 서지 않았다"며 "어떤 부서에 누가 부장급으로 가고 수사관들을 어떻게 보낼지 정해야 수사를 할 텐데, 어떤 사건을 어떻게 받을지는 아무것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확보뿐 아니라 이미 넘어온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결정을 내려줄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중수청은 새로 생기는 조직인 만큼 청장 임명이 더 시급하다"며 "조직 구성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정착에 시간이 더 걸리면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