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늘이 마지막이네."
검찰청 폐지를 하루 앞둔 1일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서울고검 곳곳에서는 검찰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대검찰청에서는 점심 시간 전후로 직원들이 검찰기를 배경으로 사진을찍었다. 직원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네", "그러니까요" 등 대화를 나누며 동료들과 사진을 남겼다. 검찰기는 이날 자정 2일로 넘어가는 시점에 내려질 예정이다.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청사 곳곳에서 검찰이라는 이름과 상징을 지우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검찰의 흔적을 사진에 담았다.
검찰청 상징을 지우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청사 곳곳에는 기존 검찰의 흔적과 새로운 공소청 명칭이 뒤섞여 있었다. 전날까지 대검찰청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새겨져 있던 검찰 표식도 이날은 지워진 상태였다.
이날 오후 12시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는 이미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종합민원실 출입구'라는 새 표지가 들어섰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검찰청 상징이 일부 남아 있었다. 한 직원은 검찰청 상징을 가리키며 "이거 찍어가. 검찰 마크 남아있잖아. 마지막이잖아"라며 사진을 찍었다.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안내판에서는 '검찰청'이라는 글씨가 지워진 채 '종합민원실'과 '별관' 등의 문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검찰청은 이날 마지막 업무를 끝으로 폐지되고 다음 날인 2일부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체제로 전환된다. 78년간 유지돼 온 검찰 조직의 마지막 날인 만큼 구성원들의 표정에는 담담함과 착잡함이 교차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제 각자의 새 자리로 향한다.
공소청에 남기로 한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중수청에 지원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수사도 기본적으로 사건 공소제기나 처분을 잘하기 위해 했던 것"이라며 "사건 처분 권한 없이 수사만 하는 데 가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검사보다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다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한 검사는 "(함께 일하던) 수사관들은 대부분 중수청으로 이동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중수청으로 옮기는 또 다른 검사는 중수청 출범 이틀 전인 전날까지도 근무처를 통보받지 못했다. 그는 "수도권이 아니라 먼 지방으로 내려가면 숙소부터 구해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기존 사건을 새 수사기관으로 넘기는 작업도 막바지다. 공소청 출범 뒤에도 공소시효가 임박하는 등 필요한 경우 최대 90일까지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반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사건 중 새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이어갈 필요가 있는 사건은 성격에 따라 경찰이나 중수청 등으로 이관된다. 경찰 등에서 수사를 마친 뒤 송치된 사건은 공소청에서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등 후속 절차를 이어간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이날 석유화학제품 가격 담합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검찰청 시대의 마지막 브리핑인 것 같다"며 "수사를 조금 더 추가 전개할지 검토했는데 아무래도 공소청 전환 전에 사건을 정리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이날) 처리를 했고, 검찰이 자신이 없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은 게 아니라 (공소청 전환이) 추가 구속자가 나오지 않은 데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3개월의 기간은 중수청에 사건을 넘기기에 적절하지 않고, 시간이 오래됐거나 조금만 조사해서 쟁점만 판단하면 금방 처분할 수 있어 보이는 사건의 처리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사를 한다, 안 한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수사는 하지만 지금 브리핑하는 형태의 사건은 현실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새 체제 출범을 앞두고 수사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수청이 중대범죄를 수사해야 하지만 아직 물적·인적 구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2차 임용 대상자들의 배치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출범 직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수사동력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가 칼로 두부를 자르듯 하나의 유형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닌데 복합적인 범죄를 어느 수사기관이 맡을지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건을 어느 수사기관에 가져가야 하는지부터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사건을 갖고 수사기관을 옮겨 다니며 비슷한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면 그만큼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조직을 떠나는 작별 인사도 이어졌다.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조재익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사법연수원 44기), 오광일 수원지검 검사(변호사시험 4회), 이준명 서울중앙지검 검사(변시 8회), 박철량 대구지검 검사(43기) 등 80년대생 평검사들이 사직 인사를 올렸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에 파견 중인 최준환 검사(43기)도 전날 사직 인사를 전했다.
이준명 검사는 "고민 끝에 검찰을 떠나 10월 2일자로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며 "검찰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정말 좋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매우 우려스러운 내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새로운 체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조재익 검사는 "언젠가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쓸 사직 인사였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쓰게 돼 저 스스로도 당황스럽다"며 "솔직히 제가 사직을 하는 것인지 다른 청으로 이동하는 것인지 분간도 안 된다"고 했다. 박철량 검사는 13년간 검사로 근무한 시간을 돌아보며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고, 최준환 검사는 "적지 않은 시간 검사로 일하면서 받은 사랑과 가르침이 많기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중간간부들의 사직도 이어졌다.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윤원기 수원고검 검사와 노선균 대구지검 2차장검사가 사직 인사를 올렸고, 전날인 30일에는 소창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도 사직 글을 남겼다.
공소청은 2일 현판식을 간부 중심으로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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