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태어나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야간·휴일 등 사각지대 시간에 아이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이를 위해 소아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등이 운영 중이지만 많은 보완점이 지적된다. <더팩트>는 3회에 걸쳐 서울의 소아 야간 진료망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문화영·김명주 기자] 밤이나 휴일에 아이의 체온계가 39도를 넘어설 때, 부모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서울시는 야간과 휴일에도 아이들이 적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달빛어린이병원'과 '우리아이 안심 의료기관(1차 안심의원, 2차 안심병원, 3차 전문응급센터)'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더팩트>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소아 야간진료 기관 배치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자치구별 의료 인프라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인구가 많은 자치구일수록 야간 의료기관이 집중된 반면, 일부 자치구는 동네 의원급 야간 진료 인프라가 전혀 없거나 심지어 1·2·3차를 통틀어 단 한 곳의 야간 소아 진료 기관도 없는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아동 10만 명 육박 송파·강남 '멀티 거점'…도봉구는 1~3차 '제로'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0~19세 아동·청소년 인구는 총 117만 8533명이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9만 6108명), 강남구(9만 6052명), 강동구(7만 5778명), 서초구(7만 2124명), 양천구(6만 8877명) 순으로 소아청소년 인구가 많았다. 반면 중구(1만 781명), 종로구(1만 4283명), 금천구(2만 365명), 용산구(2만 2441명), 강북구(2만 7383명)는 상위권 자치구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소아청소년 인구수 차이보다 야간진료 인프라의 '불균형'이 훨씬 더 심하다는 점이다.
소아 인구가 가장 많은 송파구의 경우, 평일 야간과 주말 외래 진료를 담당하는 1차 달빛어린이병원 2곳을 비롯해 중증·응급 환자를 24시간 전담하는 3차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서울아산병원)'까지 갖추고 있다. 강남구 역시 달빛어린이병원 2곳과 2차 안심병원(삼성서울병원) 1곳을 보유해 밤시간대 경증부터 중증을 아우르는 의료망을 구축했다. 서초구와 강서구 역시 1~2차 야간진료 기관이 총 4곳씩 배치돼 출산·육아 가구의 야간 의료 접근성이 뛰어났다.
반면 도봉구(아동인구 3만 3042명)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1차(달빛어린이병원·안심의원), 2차(안심병원), 3차(전문응급센터) 등 모든 형태의 소아 야간진료 기관이 '0곳'인 완전 사각지대로 조사됐다. 도봉구에 사는 아이가 밤에 갑자기 아플 경우, 무조건 인근 노원구나 강북구, 혹은 성북구로 차를 타고 넘어가 야간 응급실을 찾아 헤매야 하는 구조다.
◆'동네 의원' 없는 자치구 5곳… 응급실 쏠림·응급실 튕김 악순환
응급실로 가기 전, 비교적 경증인 아이들이 평일 밤 9~10시까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는 '1차 의료기관(달빛어린이병원·우리아이 안심의원)'의 부재는 더욱 심각하다. 도봉구를 비롯해 서대문구(3만6897명), 종로구(1만4283명), 용산구(2만2441명), 동작구(4만2177명) 등 5개 자치구에는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문을 여는 1차 소아 야간진료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중 서대문구(신촌세브란스병원)와 종로구(서울대병원)는 3차 전문응급센터를, 동작구(보라매병원)와 용산구(순천향대서울병원)는 2차 안심병원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이는 중증·응급 환자를 위한 상급 병원이다. 동네 1차 야간 의원이 없다 보니, 단순히 열이 나거나 가벼운 탈수 증상을 보이는 경증 소아 환자들까지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소아 응급실 병목 현상'을 부르고 있다.
아동 인구 대비 야간진료 기관 수의 불균형도 뚜렷하다. 성동구(아동인구 3만2846명)의 경우 1차 안심의원 1곳, 1차 달빛어린이병원 1곳, 2차 안심병원(한양대병원) 1곳 등 총 3곳의 야간 기관이 있어 아동 약 1만 명당 1곳꼴로 인프라가 구축된 반면, 관악구(3만7466명), 동대문구(4만122명), 마포구(4만3975명) 등은 구 전체를 통틀어 야간 진료 기관이 단 1곳에 불과했다.
1차 동네 병원의 야간 진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확보와 야간 수가 보상 문제, 의료진의 피로도 등이 맞물려 있어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지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프라가 잘 갖춰진 일부 상권 및 상급종합병원 인근 자치구로만 야간 진료 인프라가 쏠리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야간 소아진료 인프라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참여 의료기관을 늘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야간진료 특성상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워 지자체가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를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의원은 2023년 도입 이후 현재 10곳을 유지하고 있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은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지정 기준이 완화돼 기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뿐 아니라 일반의도 지정이 가능해진 만큼 참여기관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야간진료 기관이 없는 자치구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발굴을 독려하고 있으며, 안심의원과 달빛어린이병원에 운영비와 인력비 일부, 관련 수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기보다 야간진료를 위해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가 전제되는 만큼 지역별 격차를 행정적으로 강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