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 정상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구성원들의 의지 표명과 시민 공론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TBS가 오는 31일 공정성 강화를 위한 자체 심의제도 개선안이 이같은 정상화 논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0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27일 열린 제339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박유진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3)의 TBS 정상화 관련 질의에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정상화 논의에 앞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성원들의 공정한 방송에 대한 자율적인 의지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TBS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가진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소한 절차적인 형식을 갖춰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여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가 전제되면 시의회와 시가 마음을 모아 TBS 정상화에 나서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재차 "TBS 방송국을 정상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향후 출연기관 재지정 등 정상화 절차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중요하고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TBS 구성원들은 정상화 논의가 시작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BS 노조 관계자는 "TBS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제작 자율성과 이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통해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 공론화도 TBS의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하고 시민의 알 권리에 기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현장을 지켜온 구성원들이 정상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TBS는 방송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 심의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TBS에 대해 3년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방송 공정성 제고를 위한 자체 심의제도 개선 계획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자체 심의제도 개선 계획에는 심의기구 운영 내실화와 사후관리 체계 구축 등의 장치가 담긴다"며 "공정성이 문제라면 자체적으로 필터링하는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선안은 오는 31일 방미통위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기관 협의도 제안한 상태다. TBS는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방미통위에 TBS까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TBS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방미통위에 4자 협의체를 만들어 TBS 정상화를 논의하자는 공문을 보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공정성 확보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핵심 과제는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TBS는 2024년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뒤 출연금 지원이 끊기면서 인건비 72억원을 포함해 총 169억원의 부채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재 TBS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대표이사와 이사 선임 절차도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새 대표이사가 빠르면 오는 10~11월 선임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대표 선임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상화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도 출연기관 재지정을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경로로 보고 있다. 새 대표이사가 선임된 뒤 서울시에 출연기관 지정을 요청하면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와 관련 절차를 밟고, 이후 시의회가 지원 조례를 다시 마련하는 방식이다.
박 의원은 "투자·출연기관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며 "대표이사가 선임되면 서울시에 공식 요청하고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에 요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정상화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동안 멈춰 있던 논의에는 일단 물꼬가 트였다. 다만 실제 정상화까지는 구성원들의 공정성 확보 방안과 시민 공론화, 출연기관 재지정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TBS 구성원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시민 의견을 확인하는 공론화 절차도 거친다면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