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한 줄로 탈지, 두 줄로 탈지 단순히 정하기보다 이용자들이 서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공통의 안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둘러싼 통념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논의는 설비와 이용환경, 제도 개선으로까지 확장됐다.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는 행정안전부의 두 번째 '모두의 토론회'가 열렸다.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타야 안전할까요?'를 주제로 국민참여단 200여명과 전문가 등이 참여해 25개 그룹으로 나뉘어 의견을 나눴다.
첫 발제자로 나선 장계련 한국산업관계연구원 공공행정본부 본부장은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한 줄 서기는 이동 편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두 줄 서기는 안전을 중시하는 만큼 어느 한쪽의 안전의식이나 배려가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 본부장은 "한 줄이냐 두 줄이냐 어느 것이 정답이냐는 접근보다는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예측 과정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있는 사람과 걷는 사람이 섞이면 서로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취지다.
사전 조사에서도 정지 상태로 두 줄 서서 이용한다는 응답은 49.9%, 한쪽에 서고 다른 한쪽으로 걷는 방식은 50.1%로 팽팽했다. 두 줄 서기는 '안전', 한 줄 서기는 '빠르게 가려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주된 이유였다.
양쪽 이용방식을 둘러싸고 통상적으로 제시돼 온 근거도 검토됐다. 한 줄 서기로 한쪽에 하중이 집중되면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허윤섭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교수는 "설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실제 고장의 원인이 한 줄 서기 때문이라고 과학적으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로 두 줄 서기는 이동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통념과 다른 결과도 소개됐다. 경기 구리역 간이실험에서는 같은 시간 두 줄 서기 때 190명, 한 줄 서기 때 164명이 이용했다. 장 본부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이동 속도와 전체 이용자의 이동 효율은 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논의는 사고를 둘러싼 설비와 이용환경 문제로 넓어졌다. 1993~2025년 발생한 사고의 72.3%가 이용자 과실로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부주의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비 상태와 혼잡도 등 여러 조건이 사고에 영향을 미치며, 사고자의 53.3%가 60세 이상인 만큼 이용자 특성에 맞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별 토론에서는 특정 줄 서기 방식을 정하기보다 안전수칙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손잡이에 스티커를 붙여 이용을 유도하거나 안전수칙 안내방송과 사고 영상을 확대하는 방안, 고령층을 위한 대형 안내문구와 맞춤형 방송, 손잡이 청결 관리, 에스컬레이터 부품 국산화 등이 제시됐다.
안전한 이용문화를 놓고는 이용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환경과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한 규제로 하나의 이용방식을 강요하기보다 안전수칙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다.
장 본부장은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안에 탑승하기 등 3대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시간대와 장소, 운행 거리, 혼잡도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도 좋은 정책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 후 설문에서는 '두 줄 정지 탑승'(45.9%),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적용'(38.7%), '급한 이용자를 위한 한 줄 서기'(13.4%)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94명 중 79명(40.7%)은 토론 전후 선택을 바꿨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어느 한쪽의 의견을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토론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자리"라며 "정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의견을 경청해 에스컬레이터 안전문화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