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박에 탔다가 이스라엘군에 끌려간 한국인 평화활동가 김아현 씨(활동명 해초)가 외교부의 여권반납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27일 김 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반납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 씨는 국제 시민연합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 호' 활동가로, 지난해 9월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올랐다가 같은 해 10월 이스라엘 해군에 나포·구금된 뒤 추방돼 귀국했다.
그는 올해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봄에 다시 가자지구로 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지난 3월 11일 구호선단에 합류하기 위해 프랑스로 출국했다.
외교부는 김 씨가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달 25일 여권법상 "출국할 경우 테러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에 해당한다며 통지서 도달일부터 7일 안에 여권을 반납하라고 명령했다.
김 씨는 통지서가 송달되기 전 출국해 여권을 반납하지 않았다. 여권법상 반납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여권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
김 씨는 외교부가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미 출국한 사람에게는 여권반납명령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처분이 거주·이전의 자유와 인도주의 구호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도 했다.
법원은 외교부가 긴급한 위험을 막기 위해 사전 절차 없이 여권반납명령을 내릴 수 있고, 출국 여부는 처분 요건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해상 통제, 올해 2월 발발한 중동전쟁 등을 고려할 때 김 씨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으므로, 긴급한 경우 사전통지와 의견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여권반납명령 당시 이미 출국한 상태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법에 출국 이후에는 여권 반납명령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다시 가자지구로 향할 경우 이스라엘군에 또 나포되는 등 위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고, 외교적 분쟁이나 국내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도 했다.
나아가 여권반납명령이 비례원칙에 어긋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외교부 처분이 김 씨의 해외여행 자유와 가자지구 구호활동 시도는 제한하지만, 가자지구 접근을 막아 위험을 차단하고 귀국을 유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가진 인도주의적 신념과 그에 따른 행동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관을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조치와 당사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행사하려는 거주·이전의 자유 사이에서 헌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y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