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예은 기자] 헌법재판소가 부모가 미등록 이주민이더라도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에게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7일 베트남 국적의 A 씨와 그의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출생신고 규정을 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 행위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했다.
2008년 비전문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 A 씨는 2016년 베트남 국적의 아내와 결혼했다. 허용된 체류 기간을 넘겨 미등록 상태였던 이들은 2019년 4월 자녀를 출산하고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대한민국 국민만 신분등록이 가능하고, A씨 자녀와 같이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출생을 별도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이 때문에 외국인 부모가 자녀를 등록하려면 대사관 등을 통해 본국에 먼저 출생등록을 하고 국적 확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부모가 체류 자격을 갖지 못한 미등록 외국인이면 자녀 역시 등록을 하기 어려워진다.
A 씨는 이같은 제도 공백으로 자녀가 교육과 의료 등 아동의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며 지난 202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아동의 국적과 무관하게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는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독자적 기본권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누구든지 자신이 출생한 지역의 관할 국가에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기록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외국인 아동이 본국에 출생 등록되는 것만으로는 그 아동이 우리 사회에서 공적으로 존재를 증명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작점에 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태어난 아동이 어떤 이유로든 출생 등록에서 배제돼 서류상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며 "태어난 즉시 출생지 관할 국가가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기록해 주는 것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했다.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할 국가의 입법 의무가 있으므로, 국회가 관련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의무 불이행이라고도 판단했다. 헌재가 국회의 '진정입법부작위'(입법권 불행사)를 위헌으로 확인한 것은 1994년 12월 이후 32년 만이자 헌재 설립 이래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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