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폭염 속 시민들에게 문을 연 자치구 청사가 단순한 대피소를 넘어 일상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 폭염특보 기간 자치구청사를 24시간 개방하면서 구청을 찾는 주민들이 늘자 이들이 머무는 시간을 채울 문화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폭염특보 기간 서울 24개 자치구청사가 24시간 무더위 대피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청사 건립으로 임시청사를 사용 중인 강북구는 공간이 협소해 제외됐다.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등 모두 폭염특보에 해당해 주의보 단계부터 24시간 개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구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1층 로비나 다목적실 등 청사 여건에 따라 자치구마다 다르다.
시가 폭염특보 기간 자치구 청사를 24시간 개방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밤에도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자치구와 협의해 마련했다.
시 관계자는 "해마다 폭염이 심해지고 열대야도 이어지는 만큼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직 인력이 상주하는 자치구 청사를 활용해 올해 처음 24시간 응급대피소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사 개방 시간이 길어지자 자치구의 고민은 단순히 더위를 피할 공간 제공을 넘어 구민들이 머무는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로 확장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이에 영화 상영이나 독서 등 문화 요소를 더해 구청사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랑구 청사 1층 로비에서는 오후가 되면 대형 화면에 영화가 걸린다. 평소 구정 소식과 폭염 대응 행동요령 등 생활정보를 내보내던 화면을 활용해 무더위가 한창인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 하루 한 편씩 영화를 선보인다.
상영작은 '8월의 크리스마스', '리틀 포레스트' 등 가족이 함께 보거나 어르신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 위주다. 폭염을 피해 아침부터 청사에 머무는 어르신들이 점심 이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중랑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오래 계시다 보니 지루해하는 모습이 보여 영화를 틀어드리게 됐다"며 "상영 일정표를 보고 어떤 영화를 보여주는지 궁금해하시기도 하고 재밌게 보시는 분들도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책과 함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성동구는 청사 1층에 조성된 도서관 '성동책마루'를 폭염특보 기간 24시간 대피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기증 받은 책과 구매한 책 총 2만6000여권으로 서가를 채웠고 같은 층 '서울숲 카페'도 이용할 수 있다.
구민들은 별도의 도서관이나 쉼터를 찾지 않고도 구청에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한낮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오전에는 50~60대 구민들이 많고 오후에는 청년층과 아동·유아코너 이용층이 많다"며 "구민들이 책을 읽고 카페를 이용하면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작구에서는 구민들이 청사에 머물면서 춤을 배울 수 있다. 최근 구청 4층 대강당에서는 라인댄스 강좌가 시작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전문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달 한 달간 시범 운영한 뒤 확대할 예정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사가 폭염 대피소로 운영되면서 방문하는 구민들이 늘었다"며 "오랜 시간 머무는 구민들이 보다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