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폐지만 신경쓰다 보니…개정 형소법 곳곳에 모순


사법경찰관 확대·특사경 지휘권 폐지·이의신청 제한 등
"재편에 맞는 책임 구조·피해자 보호 장치 함께 마련해야"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오는 10월2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에 대한 직접수사권 인정과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지휘권 폐지 등이 대표적인 논란 조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권한과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후속 입법과 추가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 치안감 이상도 직접 수사 가능… "권한 체계 미비"

개정 형소법은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경위 이상의 경찰공무원’으로 규정했다. 기존 형소법에선 포함되지 않았던 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에게도 수사권을 부여했다. 개정에 따라 수사권을 갖게 된 치안감 이상의 경찰 간부들은 경찰청장과 시·도경찰청장 등 40여 명 안팎에 달한다.

확대된 수사 권한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책임 구조는 정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온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넓힌다고 해서 개별 경찰관들의 권한과 책임이 자동으로 정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장의 지휘·감독 범위와 개별 사법경찰관의 의사결정 권한, 국가수사본부와 일반 경찰 조직 간의 관계를 경찰 관련 조직법에서 함께 정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권한 구조나 책임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채 후속 법령이나 법원의 해석에 미루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치안과 범죄예방이라는 경찰 본연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 전담 기관이 별도로 있는데도 치안감 이상 간부들에게까지 수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치안과 생활안전, 범죄예방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경찰 고유의 업무인데 이번 개정으로 경찰 고유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치안감 이상 고위간부는 수사권이 있더라도 사실상 직접 행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경찰 본연의 기능이 약해질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구속력 없는 지도·조언으로 완화한 형소법 개정안 제245조의10도 주요 문제 조항으로 지목된다. /이새롬 기자

◆특사경 지휘 공백…수사기관장은 장관?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구속력 없는 '지도·조언'으로 완화한 형소법 개정안 제245조의10도 논란이다. 특사경은 국세청·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고용노동부 등 행정기관 소속으로 담당 분야의 범죄를 단속·수사하도록 지명된 공무원이다.

특사경은 다른 행정 업무와 수사를 병행하는 특수성 때문에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왔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는 구속력 없는 검사의 지도·조언만을 받게 돼 수사 초기 단계에서 법률적 오류를 바로잡기 어려워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들이 송치하는 사건은 매년 7~8만 건에 달하지만 2024년 말 기준 전국에서 활동 중인 특사경 2만161명 중 48%(9671명)는 경력이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이 부족한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가 사라질 경우 사법 통제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지휘 공백 속에 특사경 소속 기관장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부처 특사경의 경우 장관이, 지자체 특사경은 지자체장이 수사기관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사경에 대한 최종 지휘 체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수사지휘까지 사라지면 사건 처리 기준이나 책임 주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개별 행정기관의 장이 사실상 수사를 통제하게 된다면 수사가 해당 행정기관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위험도 크다. 이런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제도를 변경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불송치 이의신청 3개월 제한…"피해자 권리구제 위축"

개정안 제245조의7은 경찰의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기간을 3개월로 제한했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한 차례(3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 여부는 해당 수사관서 장의 판단에 달렸다. 고발인의 경우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될 때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 절차적 문턱이 높아졌다.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경찰 수사기록을 확보하고 법률 검토를 거쳐 이의신청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 권리구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사사건 전문 김규현 변호사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일부 부활시켰지만, 신청 기간을 3개월로 묶어둔 것은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 취지에 역행한다"며 "형사 절차에서 해결되지 못한 분쟁이 민사소송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법률 서비스 접근성에 따른 경제적 격차가 권리 구제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면서도 송치된 구속 피의자에 대한 검찰 단계의 구속기간은 유지한 조항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뉴시스

◆직접 보완수사는 불가, 구속기간은 유지…"권한·책임 불일치"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면서도 송치된 구속 피의자에 대한 검찰 단계의 구속기간은 유지한 조항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직접 보완수사권이 삭제되면서 검사는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거나 기소를 유지하기 위해 피의자 및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료를 제출받는 방식의 사실관계 확인만 가능하다. 문제는 형소법 제245조의13 제3항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구속은 실질적인 수사를 전제로 하는 강제 처분인데, 검사의 수사권은 박탈하면서 신병만 확보할 수 있게 한 것은 형사사법 논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증거 수집은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검사를 수사 절차에서 배제하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검찰과 경찰의 역할 정립, 기소 및 불기소에 따른 책임 구조, 피해자 권리구제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형사 피해 구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e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