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전기화재 여름철에 몰린다


소방청, 전국 화재위험경보 최고 '심각' 상향
실외기 과열·멀티탭 과부하·노후 배선 주의

폭염 장기화로 화재 발생이 늘자 소방청은 지난 5일 오후 3시를 기해 전국 화재위험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송호영 기자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늘면서 여름철 전기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외기 과열과 멀티탭 과부하, 장마철 습기와 노후 배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폭염 장기화로 화재 발생이 늘자 소방청은 지난 5일 오후 3시를 기해 전국 화재위험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냉방기기 사용과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설비 과부하·과열,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화재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전국 하루 평균 화재는 지난달 1∼9일 84.4건에서 폭염특보가 확대된 지난달 10∼27일 100.8건으로 19.4% 늘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는 하루 평균 116.9건으로 직전 기간보다 15.9% 증가했다.

서울에서도 전기적 요인에 따른 화재는 무더위가 심한 7~8월에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인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 화재는 모두 7486건이다.

월별로는 7월이 1020건으로 가장 많았고 8월이 899건으로 뒤를 이었다. 7∼8월 발생 건수는 총 1919건으로 전체 전기화재의 25.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기적 요인 중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기와 관련된 화재는 219건이었다.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7월이 1위였다. 전체 1만838건 가운데 7월이 1046건(9.6%)으로 가장 많았다. 겨울철인 12월 1003건(9.3%), 1월 993건(9.2%)에 이어 8월이 922건(8.5%)으로 네 번째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냉방기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는 동시에 더위를 피해 집이나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전반적인 전기제품 사용량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전기기기 사용이 늘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진다"며 "냉방기기뿐 아니라 실내에서 여러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화재 발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냉방기기는 전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과열이나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장시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품 고장이나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인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 화재는 모두 7486건이다. /김성렬 기자

특히 에어컨 실외기는 통풍과 관리 상태에 따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실외기를 가동하면 기기에서 발생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내부 온도와 부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6년 도입된 주택건설기준에 따라 공동주택 세대 안에 별도의 실외기실을 둔 경우가 많다. 에어컨 가동 때 실외기실의 환기창을 닫거나 주변에 물건을 쌓아두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과열될 수 있어 환기와 가연물 제거가 중요하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실외기가 좁은 공간이나 지하실 등에 설치돼 통풍이 되지 않으면 주변 온도가 높아지고 기기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며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먼지가 쌓이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장마철 높은 습도와 누수도 전기화재 가능성을 높인다. 실외기에 연결된 배선이나 전원부에 물이 닿거나 손상된 전선 피복 안으로 습기가 침투하면 합선이 발생할 수 있다. 여름철 늘어난 전기 사용을 멀티탭 하나로 감당하는 것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화재를 예방하려면 실외기실 환기창을 열어두고 주변 먼지와 종이상자 등 가연물을 치워야 한다. 에어컨은 전용 콘센트에 연결하고 전선 손상 여부를 점검하며 평소와 다른 소음이나 진동, 타는 냄새 또는 플러그 과열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선풍기도 먼지를 제거하고 자리를 오래 비울 때는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백 교수는 "소비전력이 큰 제품을 멀티탭 하나에 동시에 연결하면 허용 전류를 넘어 전선이 과열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며 "문어발식 사용을 피하고 장마철 습기와 누수에 대비해 손상된 전선과 노후 배선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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