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일반 선거인의 인상'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 여부에 대한 판단을 갈랐다. 법원은 발언 일부를 떼어 해석하기보다 일반 선거인이 받아들이는 발언의 전체적인 의미와 인상을 토대로 허위 여부를 판단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판단과 맥을 같이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27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발언이 변호사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사를 소개한다'는 표현은 반드시 정식 선임이나 선임계 제출까지 이르러야 성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봤다. 사건 관계인과 변호사의 접촉을 주선하는 행위도 통상적인 소개이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변호사를 연결하거나 소개한 적 자체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정 주제에 관한 발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경우에는 개별 문장이 아니라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발언의 의미는 당시 상황과 전체적인 맥락을 토대로 선거인이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기준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월 불교리더스포럼 행사에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당 관계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됐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도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우리 당 관계자께서 이 분(전 씨)이 많이 응원한다고 해서 인사를 했다"라며 "저는 스님이라고 소개 받았다"고 했다. 이어 '배우자와 같이 (전 씨를) 만난 건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 씨와의 친분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캠프에서 알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발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은 이 발언을 전 씨를 선거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됐고, 김 여사와 함께 만난 적도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오랜 관계를 선거 과정에서 처음 형성된 것처럼 설명한 것은 당시 제기된 의혹의 핵심을 부인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무속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3년경부터 친분을 유지하며 개인적, 정치적 처지에 관해 반복적으로 조언받아온 인물과의 관계를 마치 선거 과정에서 우연히 소개받은 것처럼 전면 부인했다"라며 "유권자 관심이 높았던 사안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도 이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서 발언 일부가 아닌 '일반 선거인의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허위 여부를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1일 이 대통령의 이른바 '골프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확인해보니 전체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낸 것이었다"며 "조작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일반 선거인에게 '김 전 처장과 해외출장 기간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는 이 대통령과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발언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됐다. 이 대통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을 근거로 압박하고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지역을 상향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 발언이 일반 선거인에게는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며 협박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대통령 사건은 취임 이후 헌법 제84조에 따라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향후 두 사람에게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약 397억 원, 더불어민주당은 434억 원의 선거비용 보전금을 각각 반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