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지만 의심스런 700만원…'오세훈 대납' 가능성 여지 남긴 법원


공소사실과 달라 무죄…정치자금부정수수죄 가능성 언급
5개 여론조사 '대납' 인정…나머지 1개 조사 의뢰 자체는 인정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여론조사 대납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일부 금액도 대납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3차례의 비공표용 여론조사와 2차례의 공표용 여론조사를 명태균 씨에게 의뢰했고 2100만원을 후원자 김한정 씨에게 대납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명 씨에게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입금했는데, 재판부는 여론조사 실시 일자와 통화 기록,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비춰 2021년 2월 1일과 5일 18일에 입금한 총 2100만 원을 여론조사 비용 대납 금액으로 봤다.

김 씨는 명 씨에게 이후에도 같은 달 23일과 3월26일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과 500만원을 추가로 이체했는데, 재판부는 김 씨와 명 씨가 친분을 쌓은 시기인 3월17일 이전에 지급된 700만원에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그 당시까지 김 씨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만 돈을 입금했다"며 "오히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제3자가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씨가 명 씨를 개인적으로 도와주거나 자신이 의뢰한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고자 자발적으로 돈을 입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역시 오 시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기록상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오 시장이 김 씨에게 '자신이 의뢰한 여론조사의 비용은 물론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그 밖의 여론조사 비용도 그 의뢰자가 누구인지 불문하고 보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볼만한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당 700만원이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오 시장이 명 씨의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활용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정치적 접점을 넓히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김 씨에게 비용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사건 공소사실은 '오 시장이, 자신의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 비용을 김 씨에게 대납해 달라고 요청하고, 김 씨가 그에 따라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이라며 공소사실과 달라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또한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5개 여론조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여론조사 중 가장 마지막에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오 시장의 요청으로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번 10번 공표용 여론조사 역시 오 시장의 의뢰로 실시됐다고 볼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공소사실인 후원자에 의한 대납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아 범죄사실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호영 기자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게 된 계기에 김 전 위원장이 있었다고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오 시장은 "오랜만에 연락이 온 김 의원을 만난 이유가 김 의원이 김 전 위원장 이름을 거명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오 시장은 명 씨를 만나기 전까지 김 전 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고, 명 씨를 만난 뒤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공표용 여론조사를 기대하는 한편 부수적으로는 김 전 위원장과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 등을 기대하며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며 "다만 오 시장으로서는 아무런 접점이 없던 명 씨를 검증할 필요가 있어 연번 1~3번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적시했다.

ye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