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3년…서울 지하차도 94곳 '사람·기술' 이중 안전망


센서 3초 이상 침수 감지하면 경보
관리자 미조치 땐 1분 뒤 자동 차단
전문가 "위험 선제 파악, 통제연결 중요"

지난 2023년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침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차량 진입을 막는 진입차단시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명주 기자]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침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차량 진입을 막는 진입차단시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침수 위험 지하차도에 상황실 관리자의 판단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이중 안전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침수 위험을 신속히 파악하고 실제 통제로 연결하는 운영체계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다량의 물이 유입돼 14명이 숨졌다. 당시 지하차도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험 감지부터 차량 통제까지 신속하게 이어지는 대응체계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침수 시 위험할 수 있는 서울 시내 지하차도 100곳 가운데 94곳에 스마트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공사나 구조개선, 폐쇄 등이 예정된 5곳은 전광판, 경광등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나머지 가람교지하차도 1곳은 가운데가 낮지 않은 평지형 시설로 중랑천과 인접한 특성을 고려해 하천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관할 자치구인 성동구가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별도 체계를 운영한다.

스마트 진입차단시설은 관제와 자동제어,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결합해 침수 상황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고도화됐다. 당초 2033년까지 차례대로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조기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계획을 8년 앞당겨 지난해 10월 설치를 마쳤다. 투입된 예산은 국비 113억원을 포함해 총 340억원이다.

시설은 침수 감지와 상황 확인, 차량 진입 차단의 순서로 작동한다. 먼저 감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차도 바닥에 설치된 2개 이상 센서가 침수를 3초 이상 연속 감지하면 상황실에 침수경보가 전달된다. 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지하차도 통제 기준 수심 15㎝보다 강화된 10㎝ 기준을 적용해 왔다. 다만 올해 국토부가 일부 지하차도의 통제 기준을 5㎝로 강화함에 따라 시는 침수 위험 높은 11곳에 대해 5㎝ 기준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나머지 지하차도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침수경보를 확인한 상황실 관리자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제 침수인지, 센서 오작동인지 확인한 뒤 진입차단시설의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여러 지하차도에서 침수경보가 동시 발생하는 등 관리자가 즉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자동 차단 기능도 갖췄다. 침수경보가 울린 뒤 약 1분 동안 관리자의 조치가 없으면 ICT를 활용해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간다.

통신오류로 침수 현황이 상황실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에도 현장 센서가 지하차도 수위를 감지해 차단기를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비상 상황에서는 상황실에서 원격으로 차단시설을 제어할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의지로 당초 계획보다 8년 앞당겨 지난해 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오경보로 지하차도를 차단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관리자가 CCTV로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동시에 조치가 지연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하도록 했다"며 "사람에게만 의존해서도, 기계에만 의존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두 방식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침수 시 위험할 수 있는 서울 시내 지하차도 100곳 가운데 94곳에 스마트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뉴시스

지하차도 진입이 차단된 사실을 운전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전달 체계도 마련됐다. 시는 행정안전부·경찰청 등과 협력해 지하차도 통제정보와 우회경로를 내비게이션으로 실시간 안내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시내 지하차도 73곳이 침수 등으로 통제되면 관련 정보가 행안부의 재난안전데이터 공유플랫폼과 경찰청을 거쳐 티맵과 카카오내비, 네이버지도 등 주요 내비게이션에 전달된다. 운전자는 통제된 지하차도에 도착하기 전에 우회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시는 향후 자치구가 관리하는 지하차도 22곳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자치구 관리 지하차도를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연계하려면 행안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서비스 참여를 희망하는 자치구의 의사는 확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는 것뿐 아니라 침수 위험을 신속하게 파악해 실제 통제로 연결하는 운영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진입차단시설은 차량이 지하차도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도 "단순히 장치가 설치돼 있느냐보다 통제가 필요한 상황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즉각 작동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자의 상황 판단이나 장치 가동이 늦어질 때 현장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하는 것은 하나의 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이중 안전장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속적인 점검과 유지관리도 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설비를 설치한 뒤에도 실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해야 한다"며 "관리 부담과 편의성, 센서의 정확성까지 고려해 시스템을 운영해야 진입차단시설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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