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명태균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무상 대선 여론조사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김건희 여사 사건은 명 씨의 자발적 영업활동으로 본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여 원을 선고했다. 명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명 씨로부터 총 58차례,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론조사 대가로 명 씨가 추천한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여론조사 성격…"영업활동" vs "무상 제공 합의"
김건희 여사 사건 1, 2심 재판부는 지난 1월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미래한국연구소를 홍보하기 위한 영업 활동으로 판단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함께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 부부만을 위한 조사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이진관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방식을 변경하거나 일부 결과를 왜곡한 점, 판세 분석과 선거 전략까지 함께 제공한 점, 비용 지급에 관한 논의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 단순한 영업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진관 재판부는 명 씨와 김 여사가 협의한 여론조사를 윤 전 대통령이 미리 전달받고 이를 동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 김 여사에게도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순차적, 암묵적 의사합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계약·의뢰 없어" vs "계약서 작성은 위법 요건 아냐"
계약서 작성을 둘러싼 판단도 달랐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는 여론조사와 관련한 구체적 의뢰와 계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진관 재판부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관계와 여론조사 실시 및 전달 과정 등을 종합하면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의사 합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진관 재판부는 전달된 여론조사 58회 중 14회만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44회는 합의 범위와 전달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
두 재판부 모두 여론조사 제공 당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사전에 약속했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진관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의 요청에 따라 장제원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김 여사 사건은 오는 1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