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人터뷰] 김기영 전 재판관 "헌법을 지킨 건 결국 국민"


자연인으로 돌아와 바라본 사법부 2년
"헌재, 국민 신뢰 만큼 더욱 긴장해야"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장우성·선은양 기자]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은 "결국은 국민이 헌법을 지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지켜보며 느낀 소회다.

김 전 재판관은 지난 24일 <더팩트>와 만나 "판사나 재판관으로 일할 때는 법이나 헌법에 관련된 일엔 법조인들이 큰 주도권을 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지나고 보니 오만했다"고 했다. 이어 "계엄 선포와 국회 앞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국 국민이 헌법을 지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재판관은 1996년 인천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법·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8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법원 재직 당시에는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이메일로 폭로하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가 법원행정처의 징계 검토 대상에 오르는 등 사법부 독립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 독립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최근 출간한 책 <헌법을 생각하는 일>에서도 법관의 독립을 중요한 화두로 꼽았다.

김 전 재판관은 "판사의 독립에는 외부로부터의 독립도 있지만 스스로의 독립이 중요하다"며 "외적 독립은 민주화와 함께 상당 부분 보장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조직 안에서의 독립, 나아가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독립"이라며 "판사도 결국 사람이다. 여러 욕망과 환경, 사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역할이 커지는 현실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 절실하게 만든다. 김 전 재판관은 "원칙적으로는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치가 해결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현실에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법원과 헌법재판소로 넘어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를 '정치의 사법화'라고 표현하며 "이런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법원과 헌재는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럴수록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호영 기자

정치와 사법이 맞물리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 더욱 뚜렷해졌다. 그 정점에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심판이 있었다.

김 전 재판관은 두 번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교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형법적 쟁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면, 윤 전 대통령 사건은 계엄이라는 헌법적 문제가 중심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번의 탄핵심판을 거치면서 남은 제도적 과제가 크다고 봤다. 그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 등을 탄핵심판에 어느 정도 적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며 "탄핵심판만의 절차와 증거법칙을 보다 명확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법원과 헌재의 관계를 기관 간 대립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재판소원은 법관들이 개별 사건을 판단하면서 헌법 원칙을 더욱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일정한 마찰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원과 헌재가 서로 견제와 균형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역할이 커진 만큼 스스로를 더욱 엄격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재판관은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지금처럼 국민의 기대가 높을 때일수록 헌재는 더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적 실력뿐 아니라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소양까지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독립된 기관일수록 스스로를 성찰하고 끊임없이 점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e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