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통합돌봄⑧] 전용호 "국가가 맡는 돌봄…대통령이 밀어줘야 힘 받는다"


인력, 예산, 제도 미흡...뒷받침 돼야 안착
재정분권으로 지자체 가용자원 필수
범부처 협력 위한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필요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2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돌봄의 사회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발언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통합돌봄은 이재명 정부 대표 복지 정책이지만 1년 예산 914억원 밖에 되지 않고 인력과 제도개선도 미흡하다. 돌봄을 가족과 여성에게 떠맡기지 않고 국가가 맡는 돌봄 사회화를 위한 통합돌봄을 대통령이 밀어줘야 힘을 받는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2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돌봄의 사회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돌봄을 가족과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닌 국가가 정책과 제도로 하는 돌봄 사회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3월 27일 보건복지부는 거동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 가족 희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 복지·의료·주거 서비스를 연계 지원하겠다며 전국에서 통합돌봄을 전면시행했다.

사회복지학자 모임인 돌봄혁신허브 '넥스트케어' 대표인 전 교수는 고된 돌봄을 가족, 저소득층, 여성에게 떠맡기는 게 아니라 국가가 주체로 나서는 '돌봄 사회화', '돌봄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동안 돌봄은 가족이 해왔다. 그중에서도 여자, 엄마들이 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확대된 이제는 돌봄을 더 이상 가족과 여성에게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 요양보호사 등을 하며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고된 돌봄 노동을 도맡는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 교수는 "주로 저소득층 여성들이 요양보호사로 대변, 소변을 받아내는 어려운 돌봄 일을 하면서도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일자리는 불안정하다"며 "저소득층 여성들이 돌봄을 도맡는 현실은 돌봄 민주주의 측면에서 부정의하다"고 강조했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돌봄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통합돌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분한 돌봄 제공기관과 인력인데 방문요양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가 없어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요양보호사 확보 대책을 빨리 세워야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노인돌봄서비스 인력의 전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고령 인구 증가로 2043년 장기요양서비스 수요가 2023년 대비 2.4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2023년 71만명 수준이던 요양보호사 규모는 2034년 8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할 전망이다. 2043년 요양보호사 1인의 업무 부담 수준을 2023년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99만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 방문진료·요양센터 '인프라 예산' 2조 필요...'재정분권' 필수

전 교수는 통합돌봄을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첫 시작은 지역 적재적소에 방문진료, 방문요양 등을 실행하는 기관 배치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시군군에는 이러한 기능을 하는 센터들이 없거나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거동 노인 불편이 최소 20만명 이상이라며 "통합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집에서 보건의료, 복지, 주거, 사회참여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지만 방문진료 등 제공기관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복지부로부터 받은 방문진료 참여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경북 영양군은 방문진료 참여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 방문진료 등록기관이 있지만 지난해 기준 실제 활동하는 기관이 없는 시군구(방문진료 건강보험 청구기관이 없는 곳)는 59곳에 달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실제 활동중인 주치의가 없는 시군구가 여럿이다.

그는 "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요양 등 서비스 제공기관이 없는 지역에는 그런 센터를 만들어야 인력이 들어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같은 공공인프라를 만드는게 중앙정부와 지자체 역할"이라며 "통합돌봄 제공 기관 인프라 설치에 내년 예산 2조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돌봄 취지처럼 지자체 주도로 지역 특성에 맞게 이뤄지기 위해선 재정분권이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려면 지방정부가 지방세를 어느정도 독자적으로 갖고 그것에 기반해 자체사업할 수 있는 가용자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성이 높아 재정이 열악하며 지방정부 간 재정 격차도 크다"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지방에서 통합돌봄에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분권은 중앙정부가 가진 조세와 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으로 지방분권 성공을 위한 핵심 요건이다.

통합돌봄 제도 개선이 늦는 상황도 거론했다. 전 교수는 "통합돌봄은 제도 개혁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기존의 분절적인 법제도와 재정 체계를 통합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통합돌봄에서 중앙정부의 핵심 과제"라며 "그러나 정부는 핵심적인 제도 개혁 과제들을 '2단계'로 미뤘고, 돌봄 예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분절적 예산의 통합적 재편 등 재원 문제는 정권 말기에 ‘개선방안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과제를 미루는 모습에서 통합돌봄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책 추진 의지를 볼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통합돌봄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중인 방문진료 시범사업,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중간집 시범사업 등 각종 시범사업들도 본사업 전환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지자체 노력도 중요하단 의견이다. 그는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지자체별 통합돌봄 서비스 차이가 크다"며 "지자체별 통합돌봄 실적을 정기적 평가하고 발표해 지자체들이 제대로 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유사한 돌봄 사업 통합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 교수는 "방문진료, 재택의료센터, 장애인 건강주치의 등 유사 사업을 조정해 효율화해야 한다"며 "또한 고독사, 통합사례관리 등 통합돌봄과 대상과 성격이 유사한 사업도 통합돌봄 내에서 전달체계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은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김성덕씨(46·가명)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월세로 사는 모습. 그는 요양병원 퇴원 후 스스로 못 걸어 보행기를 이용한다. 화장실과 복도 턱이 높아 살기 어렵고 병원 가기도 힘들다며 의료, 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케어안심주택에 가고 싶어 하지만 그가 사는 용산구에는 케어안심주택이 전혀 없다. /사진=홈리스행동 제공

◆ 주거복지 취약, 범부처 협력 필요...대통령 의지 관건

그는 통합돌봄 주거 복지도 취약한 상황이라며 범부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범부처 협력이 필요한 통합돌봄은 대통령 직속 기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 교수는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 모두 독립적인 주거에 대한 욕구가 높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활동을 못하고 아프고 소득이 없어 국가가 주거 지원을 해야한다"며 "통합돌봄은 탈시설화가 목표인데도 주거복지인 케어안심주택과 중간집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케어안심주택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83개 지역에 없다. 케어안심주택(중간집 포함) 서비스 제공 시군구는 46개 지역 뿐이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전국 575명(456호)에 불과하다. 이는 연내 운영 예정까지 포함한 숫자다. 케어안심주택은 병원이나 요양시설 퇴원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에게 주거, 의료, 돌봄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주택 모델이다.

케어안심주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가 적극 나서야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직속 통합돌봄 기구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케어안심주택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직속 기구를 만들어 통합돌봄을 해야한다. 보건복지부가 국토교통부를 컨트롤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통합돌봄 예산, 인력, 제도 개선, 의료, 주거가 미흡한 상황에서 노인, 장애인들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삶이 이어지려면 돌봄 사회화를 위한 대통령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돌봄 사회화가 이뤄지려면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실현해야 한다"며 "기본사회위원회에서 통합돌봄이 안건으로 제대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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