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노쇼' 돌이킬 수 없는 학폭 소송…법원 "재판은 끝났다"


권경애 3회 연속 불출석으로 항소취하 간주
법원 "민사소송법상 발생 효력 배제 어려워"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진은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와 권 변호사./뉴시스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손해배상 소송 패소가 확정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소송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대리인 불출석으로 항소 취하 처리된 재판은 되살릴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고법 민사8-2부(임종효 최은정 오영상 부장판사)는 24일 학교폭력 피해자 고 박주원 양 유족이 가해자와 서울시교육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에서 "이 소송은 2022년 11월 10일 항소 취하 간주로 모두 종료됐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에 앞서 "판결 결과와 별개로 재판부에서도 이 사건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고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경애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3회 연속 불출석함으로써 항소 취하로 간주되도록 한 행위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처리할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것"이라며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 변호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개로, 항소취하 간주는 민사소송법 268조 요건 충족으로 법률적으로 발생하는 효과"라며 "권 변호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출석했다는 사정이나 원고가 주장하는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남용 사정만으로는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소송대리인이 재판에 불출석한 경우 다음 변론기일은 재판 당사자에게도 송달해야 하므로 유족에 대한 기일 통지 없이 이뤄진 항소취하 간주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일부 피고들은 항소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두고도 "1·2차 변론조서를 보면 피고들이 변론기일에서 진술 또는 변론하지 않음으로써 항소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뉴시스

박 양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2015년 숨졌다. 유족은 이듬해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학교법인, 교직원 등 34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족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서 권 변호사가 3회 연속 불출석하면서 항소 취하로 간주돼 2022년 11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민사소송법 268조는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권 변호사가 약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상황을 몰랐던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 3월 "권 변호사의 고의적 불출석으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법원에 기일 지정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변론기일이 다시 열렸다.

지난달 열린 변론기일에서 유족 측은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재판 불출석 경위를 신문해야 하며, 권 변호사가 개인적 의도를 갖고 변론기일을 알리지 않은 정황이 있으므로 절차적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은 "소송대리인이 부실하게 소송을 수행할 때마다 이미 끝난 재판을 다시 열 수는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쟁점은 항소취하 간주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라며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날 소송 종료를 선언했다.

선고 직후 유족은 법정에서 "변호사가 고의로 소송을 말아먹었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판사님들 부끄럽지 않으시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측이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최근 대법원이 파기환송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심리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1·2심에서 승소했으나 권 변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유족 측의 상고 이유를 일부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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