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안디모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18일째 이어지고 있다. 주최 없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계속 버텨야 한다"는 목소리와 "다음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경찰과 체육단체 등도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2일 오전 10시께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시위대 150여명이 모였다. 경기장 1-3 출입구 앞에는 80여명이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청테이프와 '출입금지' 문구로 지하 통로 출입을 막았다.
곳곳에는 텐트와 모기장 등도 눈에 띄었다. 모기장 안에는 은박담요와 모기 기피제, 매트리스 등이 놓여 있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개표소를 봉쇄한 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규탄 및 재선거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밤샘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도부나 주최가 없는 탓에 시위대 사이에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70대 문모 씨는 "법원에서 재선거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계속 할 것"이라며 "위법 판결이 내려지고 재선거가 실시될 때까지는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60대 이모 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을 내놓기 전까진 계속 나올 것"이라며 "선관위에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70대 여성은 "이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야 한다"며 "수개표는 과정일 뿐이고 끝을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군복 차림의 20대 남성은 "기한 없이 버티기만 해선 답이 없다"며 "재검표나 투표함 확인 등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이나 국회로 가는 등 다음 행동에 나설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도 그만두고 나왔다"며 "이런 싸움에는 전략이 필요한데, 무작정 시간만 끈다고 정치권이 움직일 것 같지 않다. 우리끼리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대 여성은 "전국에서 한날한시 이곳으로 모여야 한다"며 "7월이 되기 전에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여성도 "계속 버티기만 하기보다 날짜를 정해 투표함을 확인하는 등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20대 남성은 "이미 반출될 물품은 대부분 빠져나갔다"며 "지금도 경기장 안에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식량이나 물품을 주지 않아도 계속 버티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사실 여기서 무작정 버티기만 하는 게 답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30대 남성은 "시위가 장기화되면 폭력 사태로 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위 과정에서 욕설이나 폭행 등 크고 작은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 불법행위 관련 총 36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의 경기장 출입을 막은 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여자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팀 소지품을 무단 수색한 5명 중 3명의 신원을 특정했으며, 출입문 잠금장치를 훼손하고 경기장에 무단 침입한 3명의 신원도 특정했다.
경기장을 관할하는 송파경찰서를 겨냥해 한 언론사 기사에 '송파경찰서 무기고 털고, 우리도 민주화 유공자 돼보자'는 댓글을 작성한 20대 남성, 출입구 인근에서 가스총을 소지한 80대 남성도 적발됐다. 이외에도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 모욕, 취재진 폭행, 시위 참가자 폭행 등 사건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과 체육단체는 경기장 재진입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지만, 공권력 투입 시 시위대 반발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체육단체가 출입을 요청할 경우 시위대를 상대로 지속적인 설득과 경고를 통해 출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체육단체 출입까지 막는 참가자들이 섞여 있는 상황이라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와 경기장에 입주한 당구·펜싱·핸드볼 등 9개 체육단체는 "출입 제한이 장기화하면서 국가대표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등 핵심 기능이 심각하게 마비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약 60억원"이라고 밝혔다. 현재 핸드볼경기장 내부에는 한국체육산업개발 직원 1명이 시설 관리를 위해 남아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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