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6·3 지방선거 서울 자치구 구청장 선거의 관심사는 4년 만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후보들의 '리턴매치'였다. 5개 자치구에서 벌어진 재대결에서 네명의 후보가 4년 전 패배를 설욕하고 한 후보가 수성에 성공해 민선 9기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이긴 것도 눈에 띈다.
리턴매치가 벌어진 격전지는 종로·마포·동대문·서대문·은평구 등 5곳이었다. 작게는 3%대에서 크게는 2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종로구에서는 민주당 유찬종 당선인이 현직 구청장인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를 꺾고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정 후보에게 4.4%포인트 차이로 밀렸던 유 당선인은 52.52%를 득표, 정 후보(47.47%)를 5.05%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승부는 동별 득표에서 갈렸다. 정 후보는 사직동·삼청동·평창동·교남동·종로1·2·3·4가동 등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유 당선인은 혜화동과 창신1·2·3동, 숭인1·2동 등 창신·숭인 권역에서 크게 표차를 벌렸다. 특히 혜화동과 창신1·2동은 두 후보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창신·숭인 일대 재개발·주거환경 개선과 원주민 재정착 문제에 관심이 높은 만큼, 유 당선인이 내세운 생활밀착형 개발 공약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졌다.
세 번째 맞대결이 성사된 마포구에서도 민주당 유동균 당선인이 현직인 국민의힘 박강수 후보를 꺾고 구청장직을 되찾았다. 유 당선인은 53.97%를 득표해 박 후보(46.02%)를 7.9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번 선거에서는 실언 한 마디가 승패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후보는 선거 막판 발생한 서소문고 철거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유세 과정에서 "마포는 4년 동안 큰 안전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반면 유 당선인은 민선 7기 구청장 경험과 지역 조직력을 앞세워 '준비된 행정가' 이미지를 부각하며 상암·성산·망원동 등에서 우위를 점했다.
서북권 벨트 중심인 서대문구청장 선거는 극적이었다. 4년 전 6.6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민주당 박운기 당선인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현역 구청장인 국민의힘 이성헌 후보와 다시 맞붙었다. 개표 결과 51.87%를 얻어 이 후보(48.12%)를 제치고 당선됐다. 박 당선인은 사전투표에서, 이 후보는 본투표에서 각각 압승해 손에 땀을 쥐게 했으나 결국 3.7% 포인트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동별 개표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충현동과 신촌동, 연희동, 홍제1·2동 등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박 당선인은 남가좌1·2동과 북가좌1·2동, 홍은1동, 홍제3동 등을 가져갔다. 특히 인구가 많은 가좌동 생활권을 모두 석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개발과 교통망 확충, 주거환경 개선 기대가 높은 가좌동·홍은동 일대에서 박 당선인의 지역 밀착형 공약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지낸 박 당선인이 내세운 '동네 전문가' 이미지 역시 지역 표심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동대문구에서는 민주당 최동민 당선인이 현직 구청장 국민의힘 이필형 후보를 꺾고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최 당선인은 52.67%를 얻어 이 후보(47.32%)를 5.35%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청량리역 개발과 전농·답십리·장안동 일대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 당선인이 당내 경선을 포함해 세번째 구청장 도전이었다는 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재대결 중 유일하게 민주당이 수성에 나섰던 은평구에서는 현역 구청장인 민주당 김미경 당선인이 국민의힘 남기정 후보를 꺾고 '서울 최초 여성 3선 구청장' 기록을 세웠다. 민선 7기 66.55%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고 국민의힘 바람이 불었던 민선 8기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관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결과의 공통점은 현직 프리미엄보다 지역 민심이 더 영향이 컸다는 점이다. 종로, 마포, 서대문, 동대문 모두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정권교체 바람 속에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했던 지역이지만 4년 만에 선택을 바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재대결은 단순한 정당 대결이 아니라 지역 밀착형 선거의 성격이 강했다"며 "결국 바닥 민심을 얼마나 꾸준히 관리했느냐가 승패를 갈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