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은 서울시장 선거 득표율을 소폭 끌어올렸지만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정의당과 여성의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직전 지방선거보다는 높지만, 구청장과 서울시의원 당선자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진보당이 구의원 5명을 당선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로 꼽힌다.
12일 중앙선거관리워원회에 따르면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5만4315표(1.03%)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유지혜 여성의당 후보는 4만3967표(0.84%)를 얻어 뒤를 이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1.87%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직전 지방선거보다 나아졌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1.21%)와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0.28%)의 합산 득표율은 1.49%였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0.38%p 상승했다. 유지혜 후보가 뜻밖의 선전을 거둔 탓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의당의 득표율은 오히려 후퇴했다. 권영국 후보의 득표율은 4년 전 권수정 후보보다 0.18%p 낮았다. 정의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노회찬 후보가 3.26% 득표한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1%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은 여성 안전과 성평등, 성소수자 권리, 장애인 정책 등 기존 거대 정당이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지혜 후보는 '룸살롱 없는 서울'을 1호 공약으로 내걸며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 득표는 청년층과 대학가가 밀집한 지역에 집중됐다. 권 후보는 마포구에서 1.56%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관악구가 1.49%로 뒤를 이었다. 동별로는 마포구 성산2동(293표)과 관악구 청룡동(263표) 등 2030세대와 대학생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표를 얻었다.
유 후보 역시 관악구(1.20%)와 서대문구(1.12%)에서 강세를 보였다. 동별로는 관악구 청룡동(304표)과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인근에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460표)에서 비교적 높은 득표를 했다.
진보정당 소속 구청장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다. 홍희진 진보당 성북구청장 후보는 2.47%, 이미선 진보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1.73%, 윤정현 노동당 강북구청장 후보는 1.6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의회 진출도 실패했다. 진보정당 소속 당선자는 없었다. 서울시의회에서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 나온 것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권수정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 마지막이다.
기초의회에서는 진보당이 당선인을 배출했다. 강병찬(성동구다), 강미경(노원구가), 최나영(노원구나), 이근미(구로구가), 박지선(송파구아) 후보 5명이 구의원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서울 진보정치의 현주소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심의 양당 구도가 한층 공고해지면서 진보정당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공간 역시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여성의당은 노선이 비교적 선명했으나 정의당은 불분명한 스탠스를 보여줬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어떤 정당인지 명확하게 각인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다양성과 소수 정당에수용성이 높은 편이고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에 투표하는 경향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젊은 층 내에서조차 진보정당 지지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정당의 지방정치 진출은 결국 제도 개선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거대 양당의 독점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된 데다가 사표 방지 심리가 더해지면서 제3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며 "구조화된 벽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을 확인한 선거"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당 체제가 강화될수록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소수정당보다는 상대 진영의 승리를 막을 수 있는 정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양당 독점 체제를 깨지 않고는 진보정당의 희망은 없다. 비례대표를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