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로스쿨 졸업 후 임신·출산으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잃었더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변호사시험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재판관 9명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1일 로스쿨 졸업생 김누리 씨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을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다수였지만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최종 결론은 합헌으로 귀결됐다.
현행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은 로스쿨 졸업생이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이른바 '오탈제'로 불린다. 같은 조 제2항은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예외로 인정해 응시기간 산정에서 제외한다.
지난 2016년 2월 제주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 씨는 같은 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했으나 불합격했다. 이후 두 자녀를 출산·양육했고, 2020년 다시 변호사시험에 응시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결국 첫 시험 응시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서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상실해 이른바 '오탈자'가 됐다.
김 씨는 2023년 3월 국가를 상대로 변호사시험 응시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뒤, 소송 중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응시기간 제한의 예외로 인정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해 9월 해당 조항이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형두·정경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합헌 및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병역의무 이행 기간을 응시기간에서 제외한 것은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한 헌법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또 병역 외 다른 사유에 대해서는 예외 인정 기준과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예외가 확대될 경우 응시기회와 합격률 형평성 논란으로 시험제도의 신뢰가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병역의무 이행 외 사유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기존 헌재 선례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2항을 언급하며 임신·출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과도 직결된다고 봤다.
이들은 여성 변호사시험 준비생 상당수가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이행할 수 있는 시기에 시험을 준비하게 되는데도, 현행 제도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한 수험생은 응시 제한 기간 때문에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수험을 이어갈 수밖에 없고, 장기간의 수험생활과 시험 일정이 태아 건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가 예외 없이 5회로 제한된 상황에서 한 차례의 응시 기회를 잃는 불이익은 결코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임신·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에 아무런 예외를 두지 않는 현행 규정이 변호사시험 준비생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사실상 응시한도 중 최소 한 번을 포기하거나 임신·출산 계획을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위헌 결정 시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예외 규정까지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임신·출산을 응시기간 제한의 예외 사유로 추가하는 방향의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과 함께 헌재는 오탈제와 관련해 제기된 다른 헌법소원 6건도 기각 또는 각하했다.
변호사시험법상 응시기간 제한 제도는 2009년 도입 이후 수차례 헌법소원의 대상에 올랐지만 헌재는 줄곧 합헌 판단을 유지해 왔다. 다만 2020년 처음으로 재판관 4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이번에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늘어나면서 제도 개선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를 대리하는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는 "위헌 의견이 5명까지 늘어난 것은 저희가 제시한 새로운 법리와 사정변경을 헌재가 깊이 있게 검토한 결과"라며 "이 결정문을 바탕으로 입법 노력을 기울이고, 유엔에 진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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