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이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중단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 대법원 판결이 먼저 나오는 '추월'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이 먼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할 경우 윤 전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윤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 사건을 배당받아 심리에 착수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가 한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예단을 드러냈다며 기피를 신청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형사1부는 윤 전 대통령 사건과 한 전 총리 사건은 별개라며 신청을 기각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도 형사12-1부 기피 신청이 기각되자 재항고했다. 이들은 기피 사건을 심리한 형사1부도 또 기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간이기각했다.
형사소송법상 기피를 신청하면 소송절차는 원칙적으로 정지된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대법원이 윤 전 대통령이 낸 재항고를 기각하면 항소심은 재개된다. 반면 재항고가 인용되면 사건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에 다시 배당될 전망이다. 재항고 사건 처리 기한을 정한 규정은 없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비교적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은 상고심 배당 절차를 앞두고 있어 대법원이 두 사람 사건을 먼저 심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란특검법은 내란·외환 사건의 경우 1심은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사건은 이르면 오는 8월 안에 대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내란전담재판부는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항소심에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사건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성이 명백하고, 피고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에게도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조치가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 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보다 두 국무위원의 상고심 결론이 먼저 나올 경우, 대법원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과 내란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를 먼저 제시하게 된다.
한 고법판사는 "대법원이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에서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하면 현재 내란전담재판부가 심리 중인 윤 전 대통령 사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의 비상계엄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은 향후 진행 중인 내란 사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무위원들의 사건이 먼저 대법원에 올라온 이상, 전원합의체에서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내란죄 성립 여부를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주종 관계가 뒤바뀌어 내란 우두머리 사건보다 중요임무종사 사건이 먼저 대법원에 올라온 만큼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전원합의체에서 내란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이후 진행될 사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내란죄 성립 여부가 먼저 정리된다면 이후 내란 우두머리와 중요임무종사자의 역할 및 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