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지나 점검 왜…5시간 만에 보고·오전 내내 전문가 섭외


서소문 고가 새벽 침하 5시간 만에 보고
투입할 외부전문가 오전 내내 섭외 매달려
전문가 "12시간 뒤 점검 이해하기 힘들어"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구조물 붕괴 사고 발생 이튿날인 27일 무너진 구조물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정인지·이다빈·진주영·이예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침하 발생 이후 서울시 최초 보고가 약 5시간 만에 이뤄지고 보고 후 안전진단에 투입할 외부 전문가를 오전 내내 섭외해 투입하는 데 약 6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침하 후 안전 점검까지 약 12시간이 걸린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2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일인 전날 새벽 1시30분께 슬라브 절단 작업이 진행되던 중 새벽 2시30분께 2.9㎝ 상판 단차가 발생했다. 공사는 즉시 중단됐고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한 보강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서울시에는 오전 7시30분께 최초 보고가 됐다. 침하 발생 약 5시간 만이다. 현장 관계자가 시 관계자에게 유선으로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시는 오전 9시30분께 대면 보고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오전까지 외부 전문가 섭외가 진행됐다. 구조 안전 분야 전문가와 외부 안전진단 인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같은날 오전 10시50분께 대책 회의를 위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정밀진단업체, 구조분야 비상주감리 등이 참석했다.

이어 오후 1시40분에야 외부 전문가 합동 안전진단이 시작됐다. 서울시 관계자 3명과 안전진단 전문가 2명, 외부 전문가 1명, 현장소장, 감리단장, 비상주 감리 등 총 9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합동 안전진단이 시작된 지 약 50분 만인 오후 2시33분께 구조물 낙하사고가 발생했다. 최초 침하 발생 약 12시간 만이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50대 외부 안전진단 전문가 A 씨가 목숨을 잃었다. A 씨는 안전모와 안전화는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구조물 붕괴 사고 발생 이튿날인 27일 무너진 구조물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서소문 고가 철거 시공사 관계자는 "외부위원도 선정해야 하고 외부 업체도 정해져야 전문가 검토가 가능했다"며 "발주처(서울시) 보고 과정이 있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오전 7시께 보고를 받은 뒤 외부 전문가 섭외 작업을 진행했다"며 "전문가 일정 조율 등을 거쳐 오후 2시쯤 안전진단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새벽에 단차가 발생했다면 즉시 안전 조치를 갖춘 상태에서 긴급 안전점검을 했어야 했다"며 "12시간 뒤에야 진단에 들어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책임자인 기술사와 전문가까지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시설안전협회 안전점검 지침에는 시설물 이상 발생 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침은 긴급안전점검을 '재해나 사고로 인한 구조적 손상 등에 대해 긴급히 시행하는 점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점검자는 사용 제한이나 사용 금지가 필요할 경우 즉시 관리주체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침하 발견 이후 몇 시간 안에 현장 조사와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 기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침에는 신속히 점검해야 한다는 원칙만 담겨 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서부지검은 각각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수사 중이다. 이번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왕복 4차로 폭 15m 규모의 서소문 고가차도는 지난 1966년 준공됐다. 최근 노후화로 D등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철거 공사는 이달 완료 예정이었으며, 88.49% 공정률을 보인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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