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예은 기자]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측, 검사와 피해자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오후 2시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색동원에서 1시간 20분가량 시설장 김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피고인 김 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 검증에서 김 씨 측은 폐쇄회로(CC)TV와 야간 근무 체계를 근거로 시설 내 범행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과 피해자 측은 CCTV 설치 시점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김 씨 측은 이날 색동원 내에 총 32대의 CCTV가 설치돼 있고, 야간 근무자들이 입소자들의 동선을 수시로 관찰할 수 있어 시설 내 범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색동원 2층에는 식당 앞과 거실, 식당 내부를 비추는 CCTV 4대가, 3층에는 공용 공간과 복도 등을 촬영하는 CCTV 4대가 설치돼 있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A 씨는 2층 식당 앞에서 피고인에게 유리잔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하지만 식당 바로 앞에 CCTV가 설치돼 있다"며 "오후 9시부터 근무하는 야간 근무자들이 충분히 볼 수 있는 위치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근무자들이 못 봤을 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피해자 B 씨는 자신의 방 안에서 피고인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B 씨가 사용한 방은 유일하게 도어락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며 "비밀번호는 B 씨와 선임 직원 1명만 알고 있어 피고인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야간 근무자들의 근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CCTV의 정확한 설치 시점을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야간 근무자가 휴게 공간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있었다면 피해 상황을 듣거나 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근무자들이 실제 근무를 했는지, 어떤 형태로 근무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없는 데다 언제, 어디에 설치된 건지도 알 수 없다"고 맞섰다. 사건 당시엔 CCTV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B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는 사건 당시 머물렀던 방 안에 창문이 있었고, 창문 너머로 작업장과 산이 보이는 구조였다며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도 도어락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2달에 한 번씩 방을 바꿨다고 하는데 사건 당시엔 이 방을 사용한 게 아니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18일 공판기일을 열고 피해자들의 영상 진술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 검증을 위해 진술 분석관에 대한 증인 신문도 이뤄진다.
재판부는 이날 현장검증을 마친 후 "현장검증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법정에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현장검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피해자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피고인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피해 상황과 당시의 감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을 재판부가 면밀히 살펴 진술 신빙성을 훼손하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배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장기간 시설 생활을 하면서 시설장인 김 씨나 직원들의 지원에 의존한 채 외부와의 관계가 통제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김 씨는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를 악용해 피해자들의 삶 전반을 통제하고 성적으로,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지적장애 여성 4명을 강간·폭행·학대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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