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명예시민증 써도 OK…전자담배 성인 인증 '구멍'


무인 판매점 도용·가짜 신분증에도 속수무책
얼굴·지문 인식 없이 사진만으로 통과
제재 근거 미비…점검·단속 계획도 없어

1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양천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은 자판기 3대를 설치하고 영업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성년자 구매를 막을 성인 인증 장치가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증 도용에도, 가짜 신분증에도 무방비로 뚫리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진주영 기자

[더팩트ㅣ진주영 기자]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미성년자 구매를 막을 성인 인증 장치가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담배도 법적으로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신분증 도용에도, 가짜 신분증에도 무방비로 뚫리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양천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매장은 자판기 3대를 설치하고 영업하고 있었다. 자판기 화면에는 '전자담배, 청소년에게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신분증 위조 및 도용은 평생 전과로 남습니다'는 경고 문구가 반복해서 송출됐다. 매장에는 CC(폐쇄회로)TV가 5대 설치돼 있었다. 벽면에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담배 판매 금지'라고 적힌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자판기에서 제품 1개를 선택한 후 '바로 구매'를 누르자 '청소년보호법 제29조 3항에 의거해 성인 인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인증 방식 선택 화면이 나타났다. 신분증, 휴대전화 인증, 모바일 신분증, 여권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자판기 오른쪽에는 신분증 인식용 스캐너가 부착돼 있었다.

신분증을 촬영한 스마트폰 화면을 스캐너에 올리자 5초 정도 인식을 진행하더니 곧바로 결제 화면으로 넘어갔다. 여권을 촬영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인증을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 신분증 속 사진과 이용자의 얼굴을 대조하거나 지문을 확인하는 기능은 없었다.

가짜 신분증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온라인에 떠도는 '둘리 명예시민증' 사진을 찍어 성인 인증을 시도하자 이번에도 5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결제 화면으로 넘어갔다. 둘리 명예시민증은 신분증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가짜 신분증만으로도 인증이 가능했지만 상주하는 직원이 없어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매장 반경 400m 이내에는 초등학교 2곳과 고등학교 2곳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까지의 직선거리는 불과 297m에 불과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인 전자담배 가게가 너무 허술하다, 상주 직원도 없으니 누가 들어가든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신분증 인증 기계도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카페

온라인에서도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의 성인 인증 장치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인 전자담배 가게가 너무 허술하다"며 "상주 직원도 없으니 누가 들어가든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신분증 인증 기계도 너무 형식적"이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A 씨는 "요즘은 (학생들이) 연초보다 전자담배를 더 많이 피는 것 같다"며 "어디서 구했냐고 물으면 무인 판매점이나 자판기 등에서 구했다고 한다. 소수의 학생들이 대표로 구해서 되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B 씨도 "전자담배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며 "전자담배로 선도위원회가 열리거나 교실에서 전자담배 향이 난다며 생활안전부에서 지도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0년 2.9%에서 2024년 4.4%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성인 인증 장치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23일까지를 계도 기간으로 정하고 담배 자동판매기 설치 위치와 성인 인증 장치 부착 여부 등에 대한 안내만 실시하기로 했을 뿐 구체적인 단속 방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법적 규제도 미비하다. 국민건강증진법은 담배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는 경우 성인 인증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부착하지 않은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부착 여부 이외 사항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점검 방식이나 단속 일정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성인 인증 장치를 우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을지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성인 인증 방법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구체적 내용을 수립해 지자체에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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