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출몰 멧돼지' 울타리·포획틀은 한계…"공존방안 찾아야"


울타리 틈새나 훼손에 완전 차단 어려워
포획 이후 안락사 절차에 동물권 논란도 
"먹이주기 금지·서식지 보호 등 공존해야"

9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강동·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중랑·종로구의 산림과 도심 경계 총 18.7㎞ 구간에 차단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강동·강북·광진·노원·도봉·서대문·성북·송파·은평·종로·중랑구에는 164개의 포획틀이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차단 울타리와 포획틀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더팩트ㅣ이예리 기자] 야생동물의 도심 접근을 막기 위해 차단 울타리와 포획틀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월 초여름 새끼가 어미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독립기'를 맞아 멧돼지 도심 출몰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먹이주기를 금지하거나 서식지를 보호하는 등 근본적인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강동·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중랑·종로구의 산림과 도심 경계 총 18.7㎞ 구간에 차단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강동·강북·광진·노원·도봉·서대문·성북·송파·은평·종로·중랑구에는 164개의 포획틀이 있다.

차단 울타리와 포획틀 설치 이후 야생동물 도심 진입은 줄었다. 멧돼지 서식 밀도는 북한산 기준 2021년 1.8마리/㎢, 2022년 2.1마리/㎢, 2023년 1.9마리/㎢, 2024년 1.6마리/㎢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멧돼지 출몰 신고 역시 2023년 596건, 2024년 589건, 2025년 494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차단 울타리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구간이 있고, 틈새나 훼손된 곳이 있어 멧돼지 이동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은 "북한산 현장 조사 결과 멧돼지가 암자 등 먹이 있는 곳을 오가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멧돼지가 울타리 아래 틈새나 훼손된 지점으로 지나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포획틀의 경우 실효성 뿐만 아니라 동물권 논란도 잇따른다. 포획틀은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장치다. 포획된 멧돼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에 따라 안락사된다. 안락사 절차 지침은 마련돼 있지만 뚜렷한 규정이 없어 포획 이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포획틀은 실효성 뿐만 아니라 동물권 문제도 있다. 포획틀은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장치다. 포획된 멧돼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에 따라 안락사된다. 안락사 절차 지침은 있지만 포획 이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환 동물단체 케어 대표는 "포획부터 안락사까지 과정에서 동물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멧돼지는 학습효과가 강해 한 번 포획됐거나 다른 멧돼지가 포획된 장소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다. 포획틀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인력 등 여건상 한계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단 울타리와 포획틀 모두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며 "초기 설치된 차단 울타리의 경우 땅속 70㎝ 아래까지 묻도록 설계되지 않아 부족할 수 있지만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생태계를 보전하며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장은 "멧돼지 서식지와 인간 거주지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며 "멧돼지가 인간에 의존하지 않도록 등산객이 야생동물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통제하거나 민가의 음식물쓰레기 관리를 강화하는 등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식지 파괴가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서식지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녹색연합도 "멧돼지가 도심에 내려오는 건 사실상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라며 "산림 개발과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서식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멧돼지가 왜 도심에 출몰하는지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유해야생동물 먹이주기를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 중이지만 현재 과태료 부과 대상은 비둘기에 한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림 인접 지역의 음식물 관리와 야생동물 먹이주기 문제도 계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ye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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