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1억 원대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며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청탁 혐의가 뒤집히면서 형량도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6-2부(박정제 민달기 김종우 부장판사)는 8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검사에게 징역 2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집행을 각각 3년 유예했다. 추징금 4139만원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공천 청탁 명목으로 김 여사에게 이우환 화백 그림을 전달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직 부장검사 신분임에도 대통령의 인사 및 여당 선거 공천 직무와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에게 고가의 미술품을 제공했다"며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김 전 검사로부터 ‘김 여사가 그림을 받고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미술품 중개업자 A 씨의 진술은 재판부의 유죄 판단 근거가 됐다. 1심은 A 씨가 법정에서 증언을 번복한 점 등을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하지만 2심 미술품 중개업자 강씨의 진술이 일부 변경됐더라도 번복 경위가 납득 가능하고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김 전 검사의 경상도 사투리까지 재현할 정도로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생생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직접 교류하고 통화하는 사이였고, 김 여사를 직접 만나 그림을 전달한 뒤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전달한 그림이 진품이며, 가격 역시 공소사실에 적시된 1억4000만원 상당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그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여당 공천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발령 직후 총선 출마를 준비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영향력을 기대하며 그림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선거용 차량 비용을 대납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14년 넘게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서 자신의 행위가 법 위반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기부를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측에 1억 4000만 원대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림은 특검이 지난해 7월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 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발견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2대 총선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2024년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특검은 김 여사 측이 그림 대가로 김 전 부장검사의 공천과 국정원 법률특보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봤다.
앞서 1심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39만여원 추징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