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가축분뇨 이동 조치명령을 반복적으로 받았더라도 지자체가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가축분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충남 서산시 일대 토지와 공장 건물 내부·외부에 약 5400톤 규모의 가축분뇨와 퇴비를 야적·매립한 뒤, 서산시장에게 수차례 이동 조치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산시는 2023년 3월 A 씨에게 가축분뇨를 적법한 시설로 이동하라는 선행 조치명령을 내렸다. 이후 A 씨가 가축분뇨를 반출해 주변 농경지에 살포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지자체는 추가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농경지 살포 금지 의무를 추가한 1차 조치명령을 내렸다. 서산시는 이듬해 2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같은 취지의 조치명령을 반복했다.
1심은 A 씨가 반복된 조치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보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악취방지시설이나 비가림시설 없이 퇴비를 보관해 환경오염 위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최초 조치명령 이전에 사전통지 절차가 있었고, 이후 조치명령은 동일한 내용을 반복한 만큼 매번 의견청취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봤다. A 씨가 조치명령을 따를 의사가 없었다는 점 등도 고려해 사전통지가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가축분뇨법상 조치명령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조치명령 자체가 적법해야 한다고 봤다. 행정절차법상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원칙적으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생략하려면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차 조치명령이 선행 조치명령의 단순 연장이 아니라 농경지 살포 금지라는 새로운 의무를 추가한 처분이라고 봤다. 이어 2~5차 조치명령도 각각 별도의 처분이며 위반하면 개별 처벌이 가능한 만큼 의견청취와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