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전국 단위 교통정책 설계의 가늠자 역할을 하며, 지자체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국가 표준으로 안착하는 선례를 남기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고유가 시대 민생 안정을 위해 공식화한 '모두의 카드' 반값 할인 정책 역시, 기후동행카드가 선제적으로 증명해온 정책적 효용성을 중앙정부가 수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2024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던 기존 체계를 '정액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이후 정부가 올해 초 도입한 '모두의 카드(정액형 K-패스)' 역시 유사한 구조를 채택하면서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정액제 도입, 이용 증가와 이동 패턴 변화로 이어져
기후동행카드는 도입 이후 빠르게 이용 기반을 넓히며 서울시 대표 교통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누적 충전 건수는 2000만 건을 넘어섰고, 월 이용자도 약 80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정액제 도입이 시민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교통비 부담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정책 효과는 이용 패턴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 1인당 승용차 이용은 주 0.68회 감소한 반면, 대중교통 이용은 주 2.28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자가용 이용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 수단을 전환하는 흐름이 실제로 나타난 셈이다. 이는 도심 교통 혼잡 완화와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의미를 갖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정액제 실험은 정책 설계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중앙정부의 교통비 지원 정책이 이용 금액 일부를 환급하는 구조였다면, 정액제는 이용 횟수와 무관하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달리했다. 이용자의 비용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사례로 평가된다.
◆반값 캐시백 선제 적용…고유가 대응 정책으로 진화
정책 확산은 정액제 도입에 그치지 않고 할인 구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중동발 고유가로 교통비 부담이 커지자 기후동행카드에 '반값 캐시백'을 적용했다. 4월부터 6월까지 이용자에게 월 3만원을 환급해 기존 약 6만원 수준의 이용 부담을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이 조치는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절감 유도와 함께 서민층 교통비 부담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장벽을 낮춰 이용을 유도하고, 이를 반복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동 습관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정책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청년층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이용이 확대되면서 교통복지 측면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 반값 정책 이후 정부 역시 지난 16일 '모두의 카드' 환급 기준액을 50% 줄인 '반값 모두의 카드' 시행 방침을 발표했다. 정액제 도입에 이어 반값 할인 구조까지 유사한 방향으로 확산되면서 정책 간 연계성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 시작된 정책이 중앙정부 제도로 이어지고, 다시 보완·확장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동행카드는 정액제 도입을 통해 대중교통 요금 체계 변화를 이끈 데 이어, 할인 정책과 결합되며 위기 대응형 교통정책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교통비 절감뿐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 에너지 절약 등 복합적인 정책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는 단순한 교통비 지원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 방식과 생활 패턴을 바꾸는 구조적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복지와 대중교통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도록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