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을 운전대 없는 버스가 누비고, 앱으로 호출한 무인 택시가 강남의 복잡한 도로를 질주한다. 서울시가 '자율주행 선도도시'를 선포하며 택시부터 마을버스, 청계천 셔틀까지 다양한 미래 교통수단을 도로 위로 올리고 있다. 서울시 자율주행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직접 현장을 누빈 르포를 통해 자율주행이 과연 서울 대중교통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될 수 있을지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 김명주 기자] "귀엽게 생겼네. 자율주행이라니 신기한데 무료래. 한번 타볼까?"
봄기운이 물씬한 서울 중구 청계광장. 부드러운 곡선과 검은색 유리창, 은색 빛 외관의 자율주행셔틀 청계A01에 승객들이 하나둘씩 탑승했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앙증맞은 외관이 탑승객은 물론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계A01은 지난해 9월 23일 운행을 시작한 서울시가 선보인 자율주행셔틀이다. 청계천 인근을 달린다. 시험운전자가 운전대에 앉아 운행하는 기존의 자율주행버스와 달리 운전석과 운전대가 아예 없는 자율주행셔틀로 서울 시내 첫 운행 사례다. 긴급 상황 대처 등 안전을 위해 항상 탑승하는 안전관리자 1명을 제외하고 한 번에 승객 8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청계3가 관수교를 거쳐 청계5가 광장시장까지 왕복 4.8㎞ 구간을 차량 2대가 순환 운행하며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청계광장 기준 오후 4시 막차 출발) 운행하며 하루 11회, 30분 간격으로 달린다.
내부는 'ㄷ자' 형태로 승객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됐고 좌석마다 안전띠가 있었다. 승객들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큼지막한 창문이 설계됐다. 운전대와 운전석은 없었고 승하차 문 인근에 셔틀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모니터와 셔틀 조작기가 마련된 안전관리자 좌석이 있었다.
이날 한국인 세 명과 외국인 관광객 두 명은 청계A01 내부를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피며 탑승했다. 이들은 교통카드를 기계에 태그하고 자리에 앉아 안전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안전띠를 맸다. 셔틀 요금은 무료이지만 인원집계의 이유로 승하차 때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 유료화 예정이다.
오후 2시가 되자 버스 문은 닫혔다. 이윽고 "자율주행 시작합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좌석벨트를 확인하시고 반드시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내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잠시 뒤, 청계A01는 전기차 특유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운행을 시작했다.
청계A01이 달리자 창문을 통해 보이는 청계천과 다리, 빌딩, 음식점, 거리를 걷는 시민 등 도심의 풍경이 시선을 끌었다. 최대 속도는 시속 40㎞지만 안전상 이유로 시속 20~25㎞로 운행하는 비교적 느린 속도 덕분에 풍경이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승객들은 도심 구경에 감탄하며 인근의 맛집, 청계천 다리에 얽힌 역사 등을 놓고 대화했다. 곳곳에서 "재밌다"는 말이 연신 나오며 웃음소리가 들렸다. 일부 승객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방모(67) 씨는 "시청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차가 귀엽게 생겨서 타봤다"며 "근처에서 추어탕 가게를 했었는데 생각이 난다. 운전자가 없어도 운행하는 버스를 도심 한복판에서 타보다니 세상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감탄하기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청계A01가 운행을 시작하자 "와우"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덴마크에서 한국에 여행 온 60대 에릭은 "신기하게 생긴 버스여서 호기심이 생겼다"며 "운전자가 없는데 저절로 운행하는 것을 보니 재밌고 즐겁다. 타보길 잘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다만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니었다. 버스 안전관리자 A 씨는 "법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수동 모드로 전환해 운행한다"며 "차들이 엉키는 교차로에서도 자율주행은 어려워 부득이하게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수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서자 안전관리자는 손으로 조작기를 움직였다. 동아일보 사옥 인근 사거리에서도 교통이 혼잡해지자 안전관리자가 수동 운전했다.
이날 승객들은 모두 특정 정류장에서 내리기보다 청계A01를 운행 노선 한 바퀴를 체험해보기 위한 목적에서 버스를 탑승했다. 아직은 단순한 이동 목적의 교통수단보다는 관광용과 체험용에 가깝다.
A 씨는 "탑승객의 3분의 1은 외국인 관광객, 3분의 1은 나들이 나온 가족 단위 시민들, 3분의 1은 업계 사람들인 것 같다"며 "광장시장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집에 가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들려줬다.
시민들은 청계A01이 서울 도심 곳곳을 누비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배차 간격 단축, 안정성 등이 담보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방 씨는 "배차 간격이 30분이면 너무 늦다. 10분마다 운행되면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노선도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50대 장모 씨는 "아직은 자율주행버스 보편화에 두려움이 있다. 안전할지 걱정된다"며 "자율주행 전용 도로가 있다면 안심하고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잦은 급정거도 한계로 꼽혔다. 급정거는 셔틀에 내재된 17개의 센서가 주변 승용차, 오토바이, 시민 등을 인지하면 이뤄진다.
이날 운행 중 오토바이가 갑자기 끼어들고 승용차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 가까이 붙자 셔틀은 갑자기 멈췄다. 30여 분의 운행 시간 동안 5~6차례 급정거가 이뤄져 멀미가 날 법했다. 때마다 승객들의 몸은 앞으로 쏠렸고 일부 승객은 '어어' 소리를 냈다.
장 씨는 "급정거가 심한 것 같긴 하다. 개선해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기술은 발전하니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정거 문제는 업체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선해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배차 간격 조정 등은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민원이 있다면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계천이 모두가 즐겨 찾는 명소인 만큼 시민들께서 미래 교통 수단인 자율주행셔틀을 경험하시고 좋은 기억을 갖게 되시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