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시민들이 매일 겪는 '덥다·춥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저희의 아이디어가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말 뿌듯합니다"
지난 22일 서울교통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차량제작처 김홍진 처장과 조봉규 대리는 올해 '서울시 창의 발표회' 대상 수상자로서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은 서울 지하철 이용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전동차 객실 온도 최적화 관리'를 제안했다.
문제 해결에 나선 출발점은 '압도적인 민원 규모'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약 100만건의 불편 민원 중 80만건이 냉난방 이슈였다. 특히 오전 7~8시, 오후 6시 등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됐다.
김 처장은 "냉난방 민원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 해결책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대리 역시 "연간 80만건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냉난방 시스템은 설정 온도(현재 24도)에 따라 작동하는 구조다. 수동(OFF·50%·100%)과 자동 제어 방식이 있지만 모두 온도 기준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출입문 개폐, 승객 급증, 터널 환경 등 변수로 실제 체감 온도와 괴리가 발생하며 지연 대응 문제로 이어진다. 또 혼잡이 끝난 이후 과냉방 문제가 발생해 승객 추위 및 결로현상 역시 일어난다.
이에 두 사람은 문제의 본질을 '온도'가 아닌 '혼잡도'로 재정의했다. 승객 수 변화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냉방을 가동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조 대리는 "같은 시간대라도 열차마다 혼잡도가 달라 예측이 쉽지 않았다"며 "요일, 시간, 상·하행선, 역사별 데이터를 세분화해 수만개의 평균 테이블을 만들고 머신러닝 모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초기 단순 통계 기반 예측 정확도는 약 40%에 그쳤지만 머신러닝을 적용한 뒤에는 95.6%까지 끌어올렸다. 김 처장은 "예측뿐만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와 연동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며 "승객이 적은데 냉방이 과하게 작동하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다음 달부터 4호선 신형 전동차 260칸에 시범 적용된다. 이후 6월 확대 적용, 9월 효과 분석을 거쳐 전체 노선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4호선이 첫 적용대상이 된 이유는 차세대 유지보수 시스템(CBM)이 적용된 최초 전동차이기 때문이다. 조 대리는 "전동차에 CBM 전용 컴퓨터가 있다"며 "지상에서 모델링을 통해 예측 모델을 만들고 전동차 장치인 CBM 컴퓨터에 해당 모델을 탑재한다"고 말했다.
모델 자체는 공사 내부에서 개발해 비용이 들지 않았다. 실제 차량 시스템에 시범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제작사와 원만한 합의가 진행돼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다. 다만 향후 노선 확대에 따른 추가 모델 적용에 대해선 비용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민원보다 빠른 바람, AI로 완성하는 쾌적한 출퇴근 열차'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기술이 단순한 편의 개선을 넘어 시민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처장은 "출근길에 덥거나 춥지 않다면 하루를 훨씬 쾌적하게 시작할 수 있다"며 "과도한 냉방에 따른 건강 문제도 줄일 수 있어 시민의 '건강권'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민원 감소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고 공사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또 조 대리는 다음 달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세계도시철도운영기관 협력체인 COMET(The Community of Metros) 컨퍼런스에 참가해 이번 모델을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
김 처장은 차량제작처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시민들은 전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안전과 편의를 위해 많은 고민과 기술이 들어간다"며 "한국 지하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부서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 대리는 이 모델이 본격 시행되기 앞서 시민들에게 "혼잡 시간대에 (지하철 탑승 전) 미리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경우 실제 상황과 다른 데이터가 집계돼 시범 적용 시 분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냉난방 민원' 80만건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은 AI 기술을 통해 해법으로 이어졌다. 시민이 체감하는 일상 속 불편을 해결하려는 김홍진 처장과 조봉규 대리의 시도가 서울 지하철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