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는 돌아오지 않는다…'맨홀의 공포' 스멀스멀


밀폐공간 질식사고 여름철 집중
서울시, 상수도 맨홀 안전대책 강화

여름철을 앞두고 밀폐공간 질식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맨홀 질식사고는 재해자 사망률이 높고 여름철에 집중돼 위험성이 더욱 부각된다. /뉴시스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밀폐공간 질식사고가 집중되는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맨홀 질식사고는 사망률이 높고 여름철에 집중돼 위험성이 더욱 크다. 서울시도 맨홀 출입경고시설과 외부조작밸브 도입 등 안전대책 강화에 나섰지만 무엇보다 기본 수칙 준수가 사고 예방의 핵심이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2014~2023년 174건 발생했다. 338명이 산업재해를 입었고 이 중 136명이 사망했다. 재해자 2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고로, 같은 기간 다른 사고성 재해 사망률(0.98%)의 41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여름철 위험성이 커진다. 밀폐공간 질식사고 174건의 30%인 52건이 여름철에 발생했다. 여름철 질식사고는 오·폐수처리시설·정화조·축산분뇨처리시설과 빗물·하천·용수 등이 있던 관거·맨홀·탱크 등에서 많이 발생했다.

작업별 질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관거·맨홀·집수정·탱크 등에서 발생한 사고건수는 19건이다. 재해자수는 36명으로 이 중 21명이 사망했다. 재해자의 58%가 사망한 셈이다. 19건 중 8건이 여름, 5건이 봄에 일어났다. 사고건수의 68%가 봄·여름철에 발생한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맨홀은 밀폐공간이라 산소가 부족하다. 특히 질식사는 5월부터 10월 정도에 발생이 많고 여름철인 7~8월에 집중된다. 여름철의 경우 산소가 증발하면서 부족한 위험이 있고 하수관의 경우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가 많이 발생한다. 이를 흡입하게 되면 중독돼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험에 서울시는 최근 상수도 맨홀 안전대책 강화에 나섰다. 맨홀 출입 전 위험성을 환기하는 출입경고시설을 설치한다. 또한 작업자가 맨홀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작업할 수 있는 외부조작밸브도 도입한다. 맨홀 작업의 위험요인을 진입 전 위험요소 인지 부족과 직접 진입 작업으로 분석한 데에 따른 조치다.

맨홀 총 1만2705곳(사각밸브실·깊이 3m 이상 원형 밸브실)에 자체 개발한 출입경고시설을 이달 내 설치 완료한다. 맨홀 진입 전 작업자가 위험요소를 보다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파란색의 출입경고시설을 맨홀 입구에 설치해 시인성을 높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맨홀인 사각밸브실과 깊이 3m 이상 원형 밸브실 총 1만2705개소에 자체 개발한 출입경고시설을 이달 내 설치 완료한다. 사진은 맨홀에 출입경고시설이 설치된 모습. /서울시

자체 개발한 외부조작밸브는 올해 안에 231개 맨홀에 설치한다. 이를 통해 누수 발생과 관 세척 과정에서 맨홀 내부에 설치된 공기밸브를 여닫는 작업을 지상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 공기밸브는 상수도관 내부 유체 흐름 변화로 발생하는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용도의 밸브다.

기존에는 공기밸브를 제어하는 밸브가 맨홀 내부에 있어 작업자가 직접 들어가 닫아야 했다. 시는 외부조작밸브 도입으로 작업자의 맨홀 진입을 최소화하고 시범 설치 결과를 바탕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상수도 맨홀 작업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고위험 맨홀에 출입경고시설과 외부조작밸브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특히 유해가스 발생이 잦은 여름철 고위험기에 질식 등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맨홀 입구에 경고 디자인의 시설이나 출입금지, 위험 등 표시를 설치한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며 주의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조작밸브의 경우도 진입의 필요를 방어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맨홀 작업 시 사전 위험성 평가와 보호장비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작업자들이 이전 작업 때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방비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진입 전에 산소 농도, 유해가스 농도 등 위험성 평가를 해야 한다. 산소마스크 착용도 필수다. 작업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맨홀은 질식사고가 발생하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다친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위에 있던 사람이 구조하러 갔다가 본인도 쓰러지는 것"이라며 "예방을 위해 작업자가 구명 로프를 묶고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의견을 냈다.

백 교수는 "무방비로 들어가니까 사고가 발생한다"라며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감지기로 내부 환경을 먼저 살피고 환기를 충분히 한 후 2인 1조로 동행해야 한다. 산소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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