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시민들의 출퇴근 비용과 생활 물가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대중교통 이용 유도와 차량 운행 제한, 현금성 인센티브까지 총동원하며 '고유가 방어전'에 돌입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기준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9.88원 오른 2000.27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8일 오후 9시 기준으로는 더 올라 2013.87원을 기록했다.
◆시민에겐 '기후동행카드' 페이백…직원은 '재택근무' 실시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대표 정책인 '기후동행카드' 혜택 강화가 핵심이다. 시는 4~6월 3개월간 30일권 이용자를 대상으로 월 3만원을 환급한다. 여기에 4월 한 달간 신규 가입자에게 10% 마일리지 페이백을 제공한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정액으로 지하철·버스·따릉이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으로 누적 충전 2000만건, 월 이용자 80만명이 넘는 시 대표 대중교통 정책이다. 서울시는 이번 혜택을 통해 승용차 이용 감소와 시민의 교통비 부담 완화를 기대 효과로 보고 있다.
다만 기후동행카드 혜택 확대에 따른 정확한 예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월 3만원 환급과 신규 가입자 10% 마일리지 혜택은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며 "예산은 추가 경정 예산에 따라 편성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시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감 조치를 병행한다. 지난달 25일 공공기관 차량과 임직원 차량을 대상으로 승용차 5부제를 시행했으며 공영주차장 75곳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민간 참여까지 확산한다.
시 소속 직원 대상으로 재택근무 20% 의무화를 실시한다. 오는 13일부터 상근직과 내근직을 중심으로 부서별 인원의 20%가 재택근무에 돌입한다. 이 정책은 약 한달간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무지만 부서 상황에 따라 일부 재량권이 있다"며 "에너지 위기 단계가 변동되면 재검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조치도 병행된다. 서울시는 4~6월 시 소유 건물 229곳을 대상으로 전년 대비 5%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설정했다. 일부 경관조명은 밝기를 최대 30% 낮추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강 등 주요 조명시설을 전면 소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민 참여형 정책도 확대된다. 승용차 주행거리를 줄이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에코마일리지', 아파트 에너지 절감 실적에 따라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 게임형 'FUN 프로모션' 등 현금성 혜택을 강화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자치구도 '비상체제'…차량 5부제·운영시설 단축 시행
자치구 역시 비상 대응체계를 꾸리며 서울시처럼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고 있다.
동대문구는 공공기관 차량 운행을 5부제에서 2부제로 강화한다. 또 '고유가 피해지원금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한다. 특히 예산 편성·집행준비·홍보·민원 대응을 하나로 묶어 취약계층이 정보 부족으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강서구는 '비상경제 대응 TF'를 구성하고 공공기관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를 동시에 시행한다. 석유 가격 모니터링 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단축하는 등 시장 관리도 강화하고 중동 사태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방세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용산구 역시 '비상경제 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해 에너지뿐만 아니라 물가와 금융을 아우르는 패키지 대응에 나선 상태다. 구는 청사 직원 승용차 5부제 운영을 강화한다. 또 103억원 규모의 '용산땡겨요상품권'과 '용산사랑상품권'을 발행하며 구민들의 체감 부담을 낮춘다.
서초구는 경관조명과 수경시설 운영시간을 줄이고 공공시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기업의 교통량 감축 참여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민간 참여도 유도한다.
영등포구는 '비상경제대책반'을 통해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를 실시하고 유연근무나 재택근무 활용을 권고한다. 자금난을 겪는 관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수출 계약 지연이나 거래 중단 등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