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 감찰에 이어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검사들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며 검찰 조직 내부가 뒤숭숭하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 이탈에 이번 사태까지 겹치며 '설상가상' 상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는 대장동 사건 수사·기소를 맡았던 검사 9명에 대해 감찰 전 단계인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대상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한 엄희준·강백신 검사 등 당시 수사 핵심 라인이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3부에서 대장동 사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 이른바 '2기 수사팀'이다.
서울고검 TF는 엄희준·강백신 검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식 인사 발령 전 대장동 사건에 관여했는지와 적법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법무부에 감찰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요청 내용에는 별건 수사와 진술 압박·회유 의혹, 수사 과정에서의 자료 작성 문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를 접수한 뒤 대검찰청을 거쳐 서울고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현재 TF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서울고검 TF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진술 회유 의혹이 제기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를 놓고도 별도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감찰 사안과 맞물리며 조사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을 이유로 박 부부장검사에게 직무집행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박 부부장검사는 직무정지 이후 전날 국민의힘이 주최한 '민주당의 공소취소 재판 조작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국정조사에서 저를 위증으로 고소·고발하고 특검을 출범시킨 다음 (대북 송금 사건을) 공소 취소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들었다"며 "그래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가 당시 이재명 지사가 주범이고 자신들은 종범으로 격하시켜서 사실상 석방되게 해달라고 얘기했다"며 "서민석 변호사 쪽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를 방조범으로 의율해주기를 바라는 일종의 '딜'을 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고검 TF의 감찰 이후 징계가 내려지면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부장검사의 징계 공소시효는 내달 17일이다.
박 부부장검사 청문회 참석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추가 감찰을 지시했다. 정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직무집행정지 상태라도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자 공직자의 기본자세"라면서 "반복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도 신속히 감찰을 진행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직 격변기에 가뜩이나 뒤숭숭한 마당에 자괴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대상으로 감찰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다. 한편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전화변론' 대응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며 박 부부장검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감찰 및 징계, 수사로 이어질 경우, 공소청이 출범하더라도 업무 처리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게되면 검사들이 소극적 판단을 하고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미 미래 불확실성에 따른 인력 이탈만으로도 조직에 타격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사직한 검사는 58명으로, 지난해 전체 퇴직자의 3분의 1 수준이 3개월 만에 빠져나갔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연간 사직 인원은 2022년 146명, 2023년 145명, 2024년 132명, 2025년 175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았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사 정원 35명 중 실제 수사 검사는 8명, 공판 검사는 4명뿐"이라며 소속 청을 '파산지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면 검사들은 공소청에 잔류하거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공소청은 공소유지 중심으로 기능이 제한되고, 중수청은 구체적인 역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인력 유출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