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에 국가안전관리법 지시"…'위로부터의 내란' 법정최고형 전략


내란특검 440쪽 항소이유서 보니
사전 치밀 준비 '친위쿠데타' 강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에서 계엄 준비 시점을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1심이 판단한 우발적 계엄이 아닌 영구집권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정 최고형 선고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2일 <더팩트>가 확보한 440여 쪽 분량의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특검팀은 비상계엄 모의와 준비가 원심이 판단한 2024년 12월 1일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로 2024년 11월 5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를 제시했다. 메모에는 "ㅈ(정보사), ㅌ(특전사), ㅅ(수방사), ㅂ(방첩사)의 공통 의견임",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한 상황이 와야 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같은 해 11월 6일에는 "최초부터 군경합동이 필수", 10월 27일에는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현장보존-이후 군검경 합동수사"라는 메모도 확인됐다.

◆'ㅈ·ㅌ·ㅅ·ㅂ' 계엄 전 여인형 메모 꺼내든 특검팀

특검팀은 이를 주요 군 지휘부가 비상계엄 선포를 체계적으로 준비한 정황이라고 봤다. 특히 10월 27일자 메모는 선관위 장악을 위한 체포 시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작성 시기가 특정되는 이상 그 시점에 메모 내용과 같은 모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도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평양 무인기' 일반이적죄 사건도 거론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김용현과 군사령관들이 오랜 기간 비상계엄을 모의하고 준비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진행 중인 2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박상민 인턴기자

◆노상원 수첩 증거가치 불인정한 1심 재판부 비판

특검팀이 주장하는 '친위 쿠데타'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으로 '노상원 수첩'이 꼽히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에서는 수첩의 증거력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작성 시기와 군 사령관 인사, 정치 일정 등을 종합해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기획·준비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심은 수첩이 2024년 12월 15일 충남 서천군 노상원 모친 주거지에서 발견됐다며 결정적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증거를 수사기관이 쉽게 발견할 장소에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수첩의 작성 시점도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특검은" 노상원의 실제 주거지와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모친 주거지에 있는 노상원의 방 책상 위 박스 안에 보관돼 있었다"며 "책상 위에 방치한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 보관된 것"이라고 했다.

또 "원심은 피고인들이 생성한 메모 등 문서와 행태의 증거가치를 대부분 아예 판단하지 않거나, 판단한 부분도 증거 법칙을 위반했다"며 "이 같은 판단 오류는 양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김주현 13분 독대·안가 호출"…유신 연상시키는 국가안전관리법

비상계엄 수개월 전 민정수석 및 경호처장 임명 역시 계엄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로 해석했다.

김주현 전 민정수석은 계엄을 7개월 앞둔 2024년 5월 임명됐다. 김 전 수석은 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 4분부터 윤 전 대통령을 약 13분간 집무실에서 독대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반대세력을 처벌하기 위한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등 계엄 하 국정운영을 위한 법률 관련 업무를 지시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안전관리법은 유신 당시 국가보위법처럼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허무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석달 앞둔 2024년 9월 박종준 경호처장을 임명하고 계엄 선포 당일 박 처장을 통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대통령 안가로 불렀다. 특검팀은 이 역시 치밀하게 계엄을 준비한 조치로 파악했다. 역대 대통령 경호실장·처장은 대부분 군 장성이나 경호공무원 출신이 맡아왔는데 윤 전 대통령은 흔치않게 경찰청 차장을 지낸 박종준 전 처장을 임명한 바 있다.

항소이유서의 귀결은 '법정최고형'으로 모아진다. 특검팀은 "이 사건을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아래로부터 내란'이 아닌 권력 정점에 위치한 윤석열과 김용현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쿠테타'로서, 헌법이 부여된 권한을 내란에 악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차원을 달리한다"라며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특별검사의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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