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무상 여론조사 수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여론조사 계약서는 원래 작성하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앞서 계약서가 없었다며 김건희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우인성 재판부의 논리와 다른 진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차 공판기일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강 씨는 "선거에 출마하려는 개인 대상 여론조사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며 "계약서를 쓰면 후보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화됐다"며 "여론조사 횟수와 비용 등은 후보자와 구두로 협의한다"고 말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정치인과 계약서를 작성한 적은 한 번도 없느냐'고 묻자 강 씨는 "당시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김 여사의 무상 여론조사 제공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여론조사로 이익을 얻는 주체와 계약서를 작성할 법한데, 명 씨가 피고인 부부와 계약서를 작성한 바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특검팀은 "뇌물이나 정치자금 등은 음성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또 강 씨는 명 씨의 지시에 따라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보수 후보에게 유리한 유선전화 비율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윤석열 후보인지, 후보 측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명 씨가 그쪽에서 대선을 도와달라고 한다고 말했고, 홍준표 후보에서 윤 후보로 미는 후보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응답하지 않은 데이터를 덧붙여 표본 수를 부풀린 뒤 특정 후보 지지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믿게 된 이유도 드러났다. 강 씨는 명 씨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앞에서 '의원님 공천 어떻게 받으신 건지 아시죠'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명 씨가 김 전 의원에게 "내 막내딸을 평생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명 씨에게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내달 7일에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같은 달 14일에는 김 여사를 증인으로 출석한다. 5월 12일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